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이 완화 쪽으로 돌아섰지만, 시중에 돈을 푸는 속도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있기 때문으로, 당장 다음 달 추가 인하 없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11월 연속 인하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를 결정한 직후 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로서 3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분포를 소개했다.
그는 "저(총재·금통위원장)를 제외한 여섯 분 가운데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위원들의 이런 시각이 유지된다면, 다음 달 28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0월에 이어 연속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총재는 위원들이 이처럼 금리 인하에 신중한 배경에 대해 "이번(10월) 0.25%p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미국 대선이나 지정학적 사건들의 영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35조7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5조7천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2021년 7월(9조7천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였던 8월(9조3천억원)보다 38.7% 줄었다.
하지만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천451억원 새로 취급됐다. 8월(3천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천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열풍이 완전히 가라앉았는지, 추세 전환을 확신하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총재도 금융 안정 관련 통계에 대해 "(9월 한 달이) 금융 안정을 확인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3개월 전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후행하는 측면이 있다. 7∼8월 거래의 영향으로 다음 달까지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9월 가계대출, 주택 거래, 집값 추이에 주말까지 닷새에 이른 '추석 연휴 효과'가 반영된 점도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의 추세적 안정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의 '빅 컷'(0.50%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9월 빅컷을 단행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 이상으로 뛰어 기준금리도 5%p 이상 올린 데 비해 우리나라는 물가 상승률이 최고 5% 정도에 그쳐 기준금리도 3%p만 올렸다"며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0.5%p씩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내년 말 2.75% 예상"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한은이 이번 인하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나 0.25%p씩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측대로라면 이날 0.25%p 인하를 포함해 내년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0.75%p(3.50→2.75%) 떨어지는데 그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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