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작품을 스크린이나 연극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영화계와 공연계 등에 따르면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거머쥔 한강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그의 작품을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가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영화다. 이미 한강의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는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또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도 2011년 극장에서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소설을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만든 영화였지만 작품성과 흥행성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 했다.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 중에서는 '소년이 온다'의 영화화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인간의 내면에 천착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서사가 강한 작품으로 꼽히는 점도 '소년이 온다'의 영화화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한강도 '소년이 온다' 출판 직후인 2014년 6월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웹진 '채널24'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영화화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는 2019년 연극으로도 초연된 바 있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으로 제작한 '휴먼 푸가'라는 작품이다. 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반복되는 소설의 구조를 독립된 멜로디가 반복되고 교차하는 음악 형식인 '푸가'에 접목해 극을 구성했다. 초연 당시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관객과 평단의 찬사에 힘입어 2020년 재연 무대를 올렸지만, 이후 코로나 팬데믹에 맞물려 더는 공연되지 않고 있다. 향후 재공연 계획도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연출을 맡은 배요섭 연출가도 "여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다시 무대를 올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채식주의자'를 연극 무대에서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채식주의자'의 연극화는 2020년 국립극단이 최초로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국립극단은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함께 연극을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직접 한강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상태여서 많은 연극 팬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불가항력 상황으로 인해 한 차례 제작이 무산됐지만, 추후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작품 제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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