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간에 타협하는 분위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국회 들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의 극심한 반목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과거엔 여야 의원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따로 만나선 이해를 구하고 타협을 보는 일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처럼 '탄핵' '방탄'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모습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씁쓸해 했다.
국정감사가 2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거야(巨野)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더 열중하는 분위기다. 김 여사를 현 정부의 '약한 고리'로 보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국정의 견제·감시라는 국감 본래 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김건희 국정 농단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고,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 농단 규명 심판본부'까지 차렸다.
국감 첫날인 지난 7일부터 상임위마다 김 여사 의혹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졌다. 야당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여당 공천 개입 의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대통령 관저 증축 관련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연루 의혹, 김 여사의 마포대교 시찰 관련 교통통제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등 전방위다.
국회 밖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면서 '일을 잘 못하면 임기 중이라도 끌어내려야 한다' 는 발언으로 '대통령 탄핵 빌드업'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탄핵 얘기는 안 했다고 해명했지만, 속마음을 들킨 것이 아닌가 싶다. 야권에선 '조기 퇴진' 얘기가 서슴지 않게 나온다.
정권 흔들기를 위해서라면 무리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 상설 특검 수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위법 사건을 수사할 상설특검후보자추천위원회에 집권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기 입맛에 맞는 특검을 추천하겠다'는 속셈이다.
민주당이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둔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의 추천권을 고집하는 바람에 '10월 헌재 마비설'은 현실이 되게 됐다. 헌재가 마비되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방통위 업무는 공회전 상태에 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보자면 일사불란(一絲不亂)을 넘어 다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당장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다음 달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정부 흔들기에 전력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올 것에 대비해 '역공(逆攻)'의 포석을 미리 깔아 놓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기간 중인 이번 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열 계획인데,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의 제도적 쟁점이 주제라고 한다. 이 대표 사례를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논의의 방향이 어떨지는 짐작하고 남는다.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는 목표 아래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정치 공세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말기 같은 분위기로 몰고 있다. 여야가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우리 정치판에서 기대하기는 요원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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