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철 영남대병원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막중한 과업을 수행 중이다. 일정 상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한 신 병원장은 의·정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는 먼저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구성원들의 신뢰 회복을 결론으로 제안했다.
- 의·정갈등 현장의 중심에 계신 입장에서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을 지금까지 어떻게 지켜봐 왔는지 궁금하다.
▶해결책의 만능열쇠로 의사 증원분을 너무 과도하게 책정하고 너무 단시간에 시행하겠다고 결정, 당면한 의료 문제를 교육의 영역에서 모두 해결하려는 시도가 의료 위기에 더해 의대 교육 위기로 이어지고 말았다. 현재의 사태에서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정부는 현재 입시가 진행되고 있어서 내년도 정원은 건드리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교수로서 바라보는 입장은 어떠한가?
▶당장 내년에 증원된 입학생들까지 합해 전국 7천500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하는데 현재 의대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교육은 6년 내내 부실할 수 밖에 없고 졸업 후 이 많은 인원이 수련은 어떻게 받을 것이며, 전문의 취득한 다음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경쟁을 계속해야하는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계가 요구하였던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조정은 이미 2025학년도 수시전형이 진행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이제는 현 상태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 정부의 각종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 먼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필수의료는 응급, 심장뇌혈관, 중환자, 소아, 신생아, 산모 등으로 정하고 있어 그 범위가 한정적이다. 제한된 재정에서 지출의 우선 순위를 정하다보니 생긴 결과라 본다. 보이지 않는 필수의료분야도 많아서 이에 대한 정책은 앞으로 더 보완되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원책에서 인적자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만 언급하고 있는데, 난이도가 높은 의료는 지방의 경우 대학병원과 대형 종합병원만 가능하기에 국공립병원이 아니라도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 병원장께서 보시는 필수·지역의료가 약화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방인구 감소와 경제력 저하는 지방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의료인력도 지방에 남으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학교육은 지역에서 받았지만 졸업생 모두 원하는 전공의 과정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있다. 또한 광역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수도권 대형병원처럼 자본을 투자해 대형화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공공의료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의료가 지역민의 의료요구와 괴리가 있어 중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 정책결정을 하고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과제는 지역의 우수한 의료인력이 지역병원에 남도록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문의중심병원과 같이 현실적이지 못한 정책보다는 '지역완결형 의료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현장에서 수용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속히 적용해야 한다. 또 충분한 예산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부운영주체에 따라 국가정책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어려워진다면 그 부담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가기 때문이다.
- 지금의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 신뢰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양측 모두 전제로 한 제 1원칙에 대한 변경은 없다고 하니 양측의 신뢰가 없는 상황이다. 의대생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우선 전공의를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나라 의료위기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의료체계는 비용이 많이 들고, 국민들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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