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도 '한강 신드롬'

아사히신문, 사설서 "문학 통해 인간 신뢰 상실치 않고 희망 찾아와"
영국 주요 서점에서 한강 작품 날개 돋힌 듯 팔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설치된 뉴스전광판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이 선정됐다는 문자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설치된 뉴스전광판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이 선정됐다는 문자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점에 주영한국문화원(KCCUK)의 주도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쓴 책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점에 주영한국문화원(KCCUK)의 주도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쓴 책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의 시선에서 변방에 놓여 있던 한국 문학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단숨에 전 세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 언론도 잇따라 한국 문학을 조명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출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 통신은 아예 '한류' 전반을 조망하고 나섰다.

AFP는 "오스카에 이어 TV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가져갔다"면서 한국 문화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서기까지 과정을 소개했다.

일본 언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실을 연일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13일 "전쟁, 격차, 분단. 고뇌로 가득한 세계에서 점점 더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노벨문학상을 아시아 여성이 받은 것은 처음이며, 한국인 수상도 처음"이라며 한강에 대해 "일본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견인해 온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을 소재로 작품을 쓴 작가가 반복해서 물어 온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가사의이자 본질이었다고 짚었다.

유럽에서 영국은 소설가 한강에 대한 관심이 일찌감치 나타났다. 특히 런던은 2016년 한강에게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안기며 그를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한강은 그 해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어 2018년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런던 도심의 대형 서점에는 한강의 소설이 날개 돗힌 듯 팔렸다. 주말인 12일(현지시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도심의 대형 서점 워터스톤스 트래펄가 광장점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인 다른 대형 서점 포일스(Foyles) 채링크로스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일스 서점은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 날인 지난 11일 주영 한국문화원과 손잡고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해 한강의 책들을 한글 '원서'로 배치했는데, 하루 만에 거의 동이 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제작돼 유럽 관객들을 만난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린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주요 매체를 살펴보면 일간 클라린, 라나시온, 파히나12 등은 한강 작가 작품들의 스페인어 번역본 출판사 측 인터뷰를 포함해 이틀간 수십 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한강 작가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라는 점, 전 세계 K팝 열풍 속에 또 다른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현대 한국사를 소재로 인간에 대한 고찰과 가부장적 상황에 맞서는 여성의 시각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 작품과 자국 간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채식주의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됐고, '희랍어 시간'이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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