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정황을 빌미로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내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경찰관 부부(매일신문 2020년 10월 11일 보도)가 4년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대구지법 제4형사부는 A씨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9월 자녀 B군이 경북 포항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한 정황이 발견되자 이를 원장과 담당 교사에게 따져 물었고, 이 과정에서 오간 금전 얘기가 빌미가 돼 고소를 당했다.
어린이집 측과 검찰은 당시 A씨 부부가 경찰 신분을 이용해 사건을 무마할 것처럼 말하며 수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실제 4천500만원으로 합의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보상 합의는 원장 측에서 먼저 꺼낸 것이고, 신분을 이용한 협박은 전혀 없었으며, 합의한 금액은 아동학대로 인한 자녀의 지속적인 심리치료 등을 위한 액수라고 반박했다. A씨는 또 변론에서 애초 수억원의 합의금을 말한 것은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 원장 측의 태도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원장 측과 대화를 한 모든 과정은 경찰관이 아닌 아동학대 피해자의 '엄마' 지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원장 측 주장의 손을 들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A씨가 공갈미수범이라는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됐다.
A씨가 원장 측과 합의금 4천500만원을 구두로 합의하긴 했지만 아동학대를 확인하기 위한 폐쇄회로(CC) TV 열람 요구를 원장이 거부해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는 점 등이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이 사건으로 온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사건 당사자인 A씨는 공황장애, 중증 우울증, 수면장애 등 판정을 받아 치료 중에 있는 등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며 "아이도 아직까지 아동학대 당시의 일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심정을 말했다.
그러면서 "퇴소금 10만원 조차 받지 않았고 원장의 요구대로 합의에 응해줘서 한번 한 말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고통받을 줄 몰랐다"며 "이런 고통과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더는 이런 일이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가족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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