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준금리 내렸으니 적절한 경제정책 뒤따라야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내리면서 3년여 만에 통화정책 기조(基調)를 긴축에서 완화로 바꿨다. 하지만 내수 진작이나 경제 활성화 등 기대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소비가 늘고 벼랑 끝 자영업자들이 한숨 돌리려면 금융권, 특히 은행의 창구 금리가 기준금리와 함께 낮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예단(豫斷)하기 어렵다. 대출금리만 해도 은행권이 함부로 낮출 수 없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상승에 따라 이른바 '영끌' 현상이 다시 등장하면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3개월 전에 비해 1.15%p 높아졌다. 시장 금리 지표가 떨어진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가 경제를 위협하는 마당에 대출금리가 금세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소비와 투자 진작(振作) 효과도 장담 못 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떨어지면 전체 가계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원(1인당 15만3천원) 줄어든다. 적잖은 금액이지만 획기적 부담 경감도 아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이런 시나리오 적용조차 어렵다. 오히려 가계대출 억제를 이유로 금융기관이 가산(加算)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세도 주목하고 있다. 10월 2금융권 가계대출 1조원 이상 증가 전망이 나와서다. 다만 2금융권마저 대출을 잠그면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어 우선 사태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꾸준히 낮아져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기대 효과가 나타난다. 단순한 틀어막기식 대출 억제가 아니라 지역별·상황별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집값이 올라서 걱정인 곳은 돈줄을 막고, 미분양이 쌓인 곳엔 돈이 돌게 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정책을 뚝심 있게 펼쳐야 비로소 경제 주체들이 반응할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오랜 침체(沈滯)를 벗어날 신호탄이다. 이에 걸맞은 정책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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