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남측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 군사적 긴장 높여…합참 "단호한 응징" 경고

北 "이달 평양 상공에 세차례 무인기 침투, 대북전단 살포"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 주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하는 경축공연과 연회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하는 경축공연과 연회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적무인기에서 살포된 삐라장들과 삐라묶음통"이라고 쓰여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의 무인기가 수차례 평양 상공을 침범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며 즉각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 측은 북한 주장에 대해 "(무인기 침투를 이유로) 우리 국민을 위협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명의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이 지난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심야에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투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신성한 국가 주권과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위협했다.

또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 행위를 감행할 때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공개한 대북 전단에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난을 설명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1일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국방부를 향해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가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 주장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군 무인기일 가능성 ▷민간 무인기가 북으로 갔을 가능성 ▷북한의 허위 주장 가능성 ▷북한 내부 반(反)정권 세력의 소행 가능성 등이다.

우선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 행위라는 점에서 군 무인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단체가 무인기를 보냈을 경우는 평양까지 140㎞ 를 날려야 한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선 고정익 형태의 무인기가 포착됐는데, 이는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보낼 때 썼다고 알려진 프로펠러 드론과는 다른 형태다.

북한 내부 반(反) 정권 세력의 행위일 가능성, 북한 정권과 군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나온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11일 공식 입장 발표 때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북한 자작극이란 추측과 관련,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을 악마화함으로써 최근 김정은이 제기한 '두 국가설'과 '통일 포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한국에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의 사실 확인은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을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북 관계자는 "북한이 이런 주장을 토대로 도발을 정당화할 수 있고, 실제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2년 전처럼 무인기를 또 남쪽으로 침투시키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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