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왔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1913년 인도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1968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 2012년 중국의 모옌 등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 초조했다. 특히 중국 산동성 모옌의 생가와 노벨상박물관, 영화촬영지 등을 관람하면서 부러운 마음이 더욱 컸었다. 노벨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1994년 영국의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 출신, 영어로 씀) 2000년 프랑스의 가오싱젠 (중국 출신, 중국어로 씀) 그리고 2006년 영토의 대부분이 아시아에 속하는 튀르키예의 오르한 파묵까지 노벨문학상을 받았음을 열거하면 동방의 문화국가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런 즈음에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이 단숨에 최고우등생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준 쾌거이다. 124년 역사상 노벨문학상을 받은 121명 중 여성으로서는 19번째이고,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이다. 만 53세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선정되었으니 더욱 대단하다.
한국의 경제가 세계 10위권, 동⸱하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도 척척, K-클래식, K-팝, K-드라마와 K-무비에 이어 K-푸드와 K-패션도 세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등 K-컬처의 위상이 매우 상승된 분위기에서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한국문학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나 하는 시각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역시 문학은 그 작품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 아카데미가 한강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성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 그리고 10편의 작품에 대한 짧지만 정곡을 찌르는 평을 내어놓았다. 제대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2016년 영국의 맨부커 인터네셔널 상을 탄 '채식주의자', 2017년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탄 '소년이 온다', 2023년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탄 '작별하지 않는다'를 강조했다. 다만 이들 작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나친 이분법이 작용함은 아쉬운 면이라 하겠다.
어쨌든 이 작품들의 해외진출에는 '번역'이라는 중요한 매개가 있었다. 여기에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같은 기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더욱이 한강에게는 운좋게도 영국의 바버라 스미스, 프랑스의 피에르 비지우같은 유능한 번역가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별로 없던 바버라 스미스의 번역에는 분명 상당한 오류가 있었음을 필자 역시 확인했다. 상당부분 기계번역에만 의존한 탓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원작가는 번역가가 자신의 감정과 톤을 제대로 전달하였으니 만족한다고 했고, 어쨌든 그 번역은 해외에서 먹혀들었다. 젊고도 똑똑한 여성 바버라 스미스가 애당초 부유한 나라 한국이라는 틈새시장을 찾았으며, 열심히 홍보해 포토벨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영국내 모 기관의 지원금도 얻어내고, 번역자도 상금을 타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부터 수상하는 등 번역사업가로서의 자질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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