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청도 운문천의 기후대응댐

김성우 경북부 기자
김성우 경북부 기자

"환경부가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 발표에 앞서 사전에 자료 한 장도 주지 않았고, 또한 확정되지도 않은 지원책으로 주민을 현혹하려고만 합니다."

최근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밀어붙이기가 후보지인 경북 청도군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심지어 해당 지자체인 청도군 조차도 정확한 댐 건설 계획과 후보지 발표 일정을 사전에 알지 못한 채 뒤늦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이처럼 청도군에서 댐 후보지 지정과 관련해 환경부가 지자체는 물론 주민들과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하는 등 환경부의 물관리 정책이 심한 뭇매를 맞고 있다.

현재 기후 변화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산업단지 수요 증가 등 2030년에 연간 7억4천만t가량의 물 부족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다양한 대안을 통해 80%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신규 댐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도군 운문댐의 경우 최근 5년간 저수율 저하로 '관심~경계' 수준의 가뭄 예·경보가 수시로 발령돼 왔다. 따라서 환경부는 지난 7월 운문댐 상류 5㎞ 지점을 8만 명에게 물 공급이 가능한 저수용량 660만 톤 규모의 운문천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달 26일 가진 운문천 기후대응댐 후보지와 관련한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설명회 시작부터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 주체인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에 운문댐 상·하류 지역 주민 300여 명의 폭언과 고성, 질책 등이 이어지면서 한때 주민설명회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은 "30년 전 운문댐 건설로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해 재산권 제한, 침수 피해, 용수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운문천에 또 다른 댐 건설은 말도 안 된다"며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쏟아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전에 지자체 및 주민들과의 검토협의회 등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댐이 왜 필요한지, 댐 이외에 다른 방안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주민 A씨는 "운문댐 물을 대구나 경산 지역에 식수로 팔아먹는 데만 치우치고 댐 하류의 유지수를 줄이는 바람에 동창천이 썩어 가고 있다. 새로운 댐을 건설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운문댐의 일평균 하천 유지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문댐의 생활용수 공급량의 전체 지분 가운데 대구 79.78%, 경산 10.6%, 영천 5.69%인 데 반해 청도군은 3.8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도군은 물그릇을 머리에 이고도 여름철 물 부족으로 단수 사태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전체 군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운문천 기후대응댐은 절대 추진될 수 없다. 앞으로 군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MOU를 통해 거버넌스를 구축, 대응해 나가겠다"며 군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청도군은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하천 유지수 조정 ▷상수도 배분 계획량 재산정 ▷상수도 급수관로 사업 지원 ▷정수장 증설 ▷송수관로 복선화 ▷노후상수관망 정비 ▷청도천 배수영향구간 정비 등 7가지를 제시했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물그릇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댐 건설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시대다. 댐 건설이 절실한 만큼 더욱 진솔하게 주민들에게 다가가면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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