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문다혜가 소환한 이재명의 음주운전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적발(摘發) 건수는 일본에 비해 7배나 많다는 통계가 얼마 전 제시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음주운전 사고 건수도 적발 건수와 비슷하게 일본보다 7배나 많았다. 음주운전 단속 최저 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濃度) 0.03%로 같은데도 두 나라의 음주운전 통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이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04년 5월 1일 오전 1시 21분 경기도 성남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58%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 0.1%를 훨씬 넘은 만취 상태였다.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비교적 경미한 처벌이었다.

문다혜의 음주운전은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를 소환(召喚)했다. 5일 새벽 3시경 캐스퍼 차량을 운전하다가 서울 이태원에서 택시와 추돌한 그녀는 '전직 대통령 문재인의 딸'이라는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이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아예 내지 않는 등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를 소환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모습이다.

2018년 '윤창호 사건'이 발생하자 청와대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된다"며 초범이라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던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재소환되면서 그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그녀의 아버지이자 음주운전에 대해 단호하던 전직 대통령으로서 태도일 텐데도 그 역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다혜 씨가 적발된 혈중 알코올 농도 0.148%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뛰어넘는 수치로 1~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0.158%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음주운전 전과 의혹이 불거지자 이 대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 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음주운전 이력을 인정하면서 상대인 윤석열 대통령을 초보 운전자로 비하(卑下)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칫 음주운전이 초보 운전보다 덜 위험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음주운전 행위를 옹호하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적발은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사회적 경각심이 부족했던 2000년대 이전도 아닌,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당시 성남시장을 음해하려다가 빚어진 2002년 '검사 사칭 사건'으로 수배당하고 구속돼 무고·공무원 자격 사칭으로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5월에 벌어졌다.

이 대표는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권력이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선장이 매일 술 먹고 지도 볼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아무나 '항해사 하라'고 하면 항해가 되겠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을 '매일 술 먹는 선장'으로 매도(罵到)하는 프레임을 씌웠다. 자신의 음주운전 전과를 소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 대표는 '음주'가 아니라 '음주운전'이 범죄 행위라는 것을 망각하고 혼동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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