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야당 아닌 대통령실 공격하는 여당 대표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拂拭)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통령실 인사에 관해 공개적으로 쇄신을 요구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또 다른 갈등(葛藤)이 될 공산이 크다.

한 대표의 대통령실 쇄신 요구는 이른바 '김건희 여사 라인'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과 방식이 모두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대통령실 내에 이른바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하다. 단지 김 여사와 친분 있는 사람들이 비서관, 행정관, 보좌관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서 이것을 '김 여사 라인'으로 볼 수 있나. 또 다음 주 중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獨對)가 예정돼 있는 마당에 공개적으로 대통령실 쇄신을 요구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껄끄러운 문제를 공개 거론함으로써 문제가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줄곧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본인은 그 방식이 당연하고 투명(透明)하다고 여길지 모르나 그 탓에 오히려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면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 대표가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화살을 대통령실로 돌린다는 점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김 여사의 일부 부적절한 행동(예: 명품 백 수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당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선동(煽動) 언어로 증폭시킨 면이 크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무기력했다. 독소 조항투성이인 특검법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거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작(工作)의 몰인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이다. 방어는커녕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 '이제는 사과로 끝날 단계가 지났다'는 등 반응으로 야당의 공세에 오히려 힘을 실어 준 꼴이었다. 야당 입장에서는 용산과 국민의힘이 반목(反目)하니 신바람이 났을 것이다.

한 대표가 '내부 논란'으로 '자해(自害)'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몰라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분명하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낮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는 문제가 많고, 민주당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여당이 '내부 문제'로 싸우니 국민들이 꼴 보기 싫다는 것 아니겠나. 한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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