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공간, 갤러리cnk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2019년, 대구 중구 이천로에 갤러리 cnk가 개관했다. 개관 당시 주변의 작가나 선생님들을 통해 대구에 아주 괜찮은 전시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 방문했을 당시 갤러리는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1층은 커피를 만드는 바 공간과 카페 손님을 위한 좌석이 마련돼 있었고 2층은 카페 좌석과 전시 공간이 함께 구성되어 있었던 기억이다. 3층은 오로지 전시만을 위한 공간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첫 느낌은 전시 공간이 참 단정하고, 갤러리라는 상업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전시를 모두 관람한 이후에도 공간에 편안히 머무르며 커피와 작품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는 인상이었다.

카페와 함께 운영될 때의 장점도 있었지만, 갤러리cnk의 공간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카페 공간이 철수된 이후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입구를 꽁꽁 숨겨놓은 타 갤러리들의 외부 모습과는 달리 cnk는 통유리창으로 1, 2층 내부 공간을 훤히 비추는데, 덕분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을 확실히 잡아끈다. 1층의 전시장은 외부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스킵 플로어 공간은 독특한 구조로 개방감과 몰입도를 한 번에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반 층을 더 올라가면 나오는 2층의 공간 역시 자연광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공간으로 스킵 플로어의 대형 벽면과 2층의 작품을 한 시선 안에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가장 위 층인 3층의 전시실은 1,2층과는 다른 분위기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단정한 화이트 큐브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1층에서 3층에 이르기까지 액티브한 구조로 다양한 작품 설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갤러리cnk만의 흥미로운 구조는 나를 비롯한 많은 작가와 기획자들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갤러리cnk의 김소연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발판 삼아 작가와 함께 커가는 공간을 꿈꾸며 공간을 개관했다고 한다. 나는 2022년 전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를 통해 갤러리cnk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당시 아르코(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시 공모에 선정되어 권효민, 변카카 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하던 나는 공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단번에 흥미로운 전시 공간인 갤러리cnk를 떠올렸다. 1,2층의 전시공간을 거쳐 3층의 몰입감 있는 공간에 다다르기까지 전시의 주제나 의도에 따라 관객의 동선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 의도에 맞추어 꼭 cnk와 함께 전시를 진행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대관을 하지 않는 상업 공간이었기에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획서를 들고 갤러리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전시들을 진행하고 있던 갤러리였기에 외부에서 찾아온 청년 기획자와 작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갤러리의 운영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았지만, 전시의 내용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공간을 내어주셨던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컸었던 전시였다.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역할하고 싶다'는 말은 전시 공간을 개관하고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이상적인 방향성이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갤러리cnk가 회화, 미디어, 설치 등 어느 하나의 장르에 편향되지 않는 작업들을 폭넓게 주목하고 청년, 중·장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고루 소개하며, 함께 전시를 진행했던 작가들을 향해 끊임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러한 이상향을 실제로 실현해나가는 드문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의 문화예술인으로서 갤러리cnk를 응원한다. 어느새 개관 6년 차에 접어든 갤러리cnk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대구의 자랑스러운 전시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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