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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가 원전을 선택하는 까닭은?…안정적 전력원이기 때문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구글 스토어. 연합뉴스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구글 스토어. 연합뉴스

인공지능(AI)시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다시 이끌고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원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AI) 운용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 몰려 있어 전력 수요가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활용을 통한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원자력, 전력 생산의 구원투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놓은 최근 전망에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소비는 오는 2026년 1천테라와트시(TWh)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22년 전세계 전력 소비의 약 2%를 차지한 데이터센터 연간 전력 소비(460TWh)의 두 배 이상이다. 현재 일본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함께 이뤄낼 수 있는 원자력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미국 원전업체 탈렌 에너지의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6억5천만달러에 매입했다. 향후 10년 동안 해당 원전에서 전력도 공급받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미국 컨스틸레이션 에너지로부터 향후 20년 동안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전력거래(PPA) 계약을 체결했다. 컨스틸레이션 에너지는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로 잘 알려진 원전 업체로, 2019년 경제성 문제로 중단했던 스리마일 1호기를 재가동해 전력을 생산할 방침이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X(옛 트위터)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 규모의 저비용, 저탄소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 옆에 건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블롬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원전은 매우 훌륭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중 하나"라며 "에너지의 가용성과 비용, 그리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까지 균형 있게 고려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iM증권이 최근 발표한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활성화에 힘쓰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업체들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 의존도를 확대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업체도 상대적으로 단기 내 가장 쉽고 저렴하게 발전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원전 활용에 과거 대비 훨씬 더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AI가 일으킨 원자력 르네상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도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스위스가 지난 8월 올해 연말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가능하게 할 원자력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지난 201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확정한 바 있다.

앞서 7월 이탈리아에서는 10년 내 가동을 목표로 한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법안을 발의했다. 이탈리아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한 국가다.

프랑스는 2018년 원전 비중을 50%까지 내리겠다고 했지만, 3년 뒤 신규 원전 14기를 건설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스웨덴 또한 지난해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재래식 원전과 다수의 SMR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AI 시대를 맞아 다시 찾아온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점하기 위해 한국이 뛰어난 기술로 세계 원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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