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동전쟁의 뿌리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유대인과 아랍인 간 중동전쟁이 민간인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파국(破局)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유대인과 아랍인 간 끝없는 싸움은 언제 어떻게 비롯됐을까. 현재 중동에서 불붙은 전쟁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것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다.

하지만 양측 갈등의 뿌리는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西紀: AD) 70년 로마가 팔레스타인 땅에 팔레스타인인과 함께 살던 유대인들을 추방하면서부터다. 이후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고, 단초(端初)는 영국과 프랑스 등 열강이 제공했다. 1915년 영국은 아랍인들에게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에 협력하면 팔레스타인 지역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맥마흔 선언)했다. 또 2년 뒤 유대인들에게도 같은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립을 도와주겠다고 약속(벨푸어 선언)했다.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제국 분할 통치에 관한 비밀 약속(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맺었다. 1차 대전 후 오스만제국이 해체되자 유대인들은 과거 자신들의 땅으로 몰려들었고, 1948년 팔레스타인 땅 55%를 차지하는 이스라엘 국가를 선포했다. 결국 열강의 이중적 외교, 팔레스타인을 아랍과 유대 국가로 양분하도록 한 유엔의 결정이 100년 이상의 비극을 잉태(孕胎)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이후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을 통해 영토를 팔레스타인 땅의 78%까지 넓혔고, 팔레스타인 영토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국한됐다. 그나마 1987년 출현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2006년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온건파인 파타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현재 서안지구만 통치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현 전쟁 양상(樣相)이 지난해 하마스 침공에 대한 보복과 하마스 궤멸(潰滅)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극우 강경 네타냐후 정권이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전체의 몰살과 반이스라엘 선봉(先鋒)인 이란과의 전면전까지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시리아·이라크 민병대 등에 동시다발로 전방위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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