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져야 하는 과도한 사법 부담이 국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이 됐고, 과도한 사법 부담의 원인으로 보복 심리와 수사기관 등의 몰이해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패널로 참석한 장성환 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을 언급, 해당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한 사실을 예로 들며 "활동 의사 수 대비 각국의 기소율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사의 기소율이 현저히 높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18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따른 우리나라 의사 기소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연평균 51.5건, 영국은 1.3건, 독일은 28.4건이었다.
장 변호사는 국내 의료사고에 따른 과도한 형벌의 원인을 설명하며 "환자가 사망하면 누군가는 형벌을 받아 책임져야 한다는 오래된 보복 심리적 인식이 있다"며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형사 과실 개념에 대한 법관, 수사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몰이해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막을 대책으로 "환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국가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선의에 따른 의료행위로 발생한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안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경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환자가 의사·의료기관을 고소하는 이유는 수사기관을 통한 증거 확보나 보복 심리, 합의 과정에서 의료인을 압박하려는 의도 등을 들 수 있다"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수사·기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료전문가 견해를 듣고 판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도 나왔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마치 의사들의 특권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전제하에서 논의되고 있다. 필수의료를 안한다니까 약간 봐줘야되겠는데 하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접근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우리가 직면한 필수의료 위기, 바이탈 의료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법안이 의료계도 만족하지 못했고, 시민단체나 환자단체로부터도 맹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필수의료 붕괴의 한 축이 의료사고를 과도하게 형벌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완된 안이 제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료의 형사 범죄화가 과도한 사회에서 의사는 자기 보호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환자의 이득도 차선의 가치로 밀린다"며 "또 의사가 방어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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