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플랜B'는 아니다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대구시가 대구경북신공항 입지를 군위군-의성군 공동에서 군위군 우보면 단독으로 변경하는 '플랜B'를 대구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시 간부회의에서 화물터미널 위치를 둘러싼 논란을 이달 말까지 해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법적 검토와 함께 사업성 분석에 들어가고 정부와의 협의에 나서는 등 후속(後續)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이는 추가 설치하는 제2 화물터미널 위치 문제로 불거졌다. 국토교통부가 화물터미널 위치로 민간 활주로 동쪽 안(案)을 제안했지만 의성군이 반대하면서다. 홍 시장은 "이 상태로 가면 10년이 지나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연말까지 플랜B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플랜B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처음엔 의성군·경북도 압박용(壓迫用)이겠거니 했는데 여차하면 강행할 것도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랜B는 추진돼선 안 된다. 대구시가 신공항 사업 시행자인 건 맞지만 입지 변경은 대구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대구시와 경북도, 시·도의회, 군위와 의성, 지역 국회의원 등을 망라(網羅)한 지역 합의의 결과물이다. 대구시 단독으로 처리한다면 이는 지역 합의를 깨는 것이다. 신뢰가 깨지면 대구·경북은 앞으로 어떤 합의도 할 수 없게 된다.

분위기도 안 좋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간 홍준표 대구시장의 돌출 발언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 일방적 공격 등에 대해 참아 오면서 말을 아껴 왔다"면서 "느닷없이 플랜B를 만들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며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대구시가) 신공항 특수목적법인(SPC) 출범에 어려움을 겪자 문제를 밖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홍 시장도 이 지사에 대해 거친 표현까지 써 가며 못마땅함을 나타냈다. 기부 대 양여 방식,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기 등으로 SPC 구성과 자금 마련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북도는 하는 것도 없이 훼방만 놓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공항 사업 추진에 있어 대구시의 답답함과 어려움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플랜B는 아니다.

입지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게 아니라는 건 대구시가 가장 잘 안다. 경북은 지역 정치권, 도의회 등의 결사반대에도 군위를 대구에 내주면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성사시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치 대구만의 사업이고 대구만의 일인 것처럼 마음대로 하려 해선 안 된다. 대구로 편입된 군위 단독 입지로 사업을 추진하면 수월할 순 있겠지만, 그 군위가 그냥 대구로 들어온 게 아니다.

신공항 입지는 대구와 경북 간의 오랜 시간에 걸친 설득과 양보, 진통, 협의와 결단 등 각고(刻苦)의 상생 노력으로 얻은 지역 합의다. 대구경북의 생존을 위해, 더 잘사는 대구경북을 위해 건설하려는 신공항을 지역 합의를 깨면서까지 만드느니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합의의 무게와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 경북도와 의성군을 몰아붙여선 안 된다.

최근 무산 위기에 놓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정부의 중재안에 대한 시·도의 긍정적인 수용 의사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공항 입지도 내친김에 힘이 아닌 협의·설득·논의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쌓인 감정은 대승적(大乘的)으로 정리하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신공항 입지 등 꼬인 지역 현안을 복원, 풀어내 '한 뿌리 대구경북'의 저력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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