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력부족·고령화 이어 업무 부담↑…곡소리 이어지는 지구대·파출소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청원 5만명 돌파
지구대·파출소 일선 경찰들의 비판 여론 탓으로 풀이돼
대구 경찰 "직원 사기 잃고, 편법만 늘어나"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구대·파출소 근무자들이 '순찰차 정차시 2시간마다 위치 보고'라는 새로운 임무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치안의 최전선에 있는 지구대·파출소 일부 근무자들은 급기야 경찰청장을 탄핵하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조지호 청장 탄핵 청원에 동의한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5만1천명을 넘겼다. 지난 7일 동의 절차가 시작된 이후 9일 만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다.

청원 동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구대·파출소에 있는 일선 경찰들의 비판 여론이 거센 탓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26일부터 '지역 관서 근무 감독·관리 체계 개선 대책'을 시행하면서 2시간 이상 순찰차 정차 시 위치와 정차 사유를 기록하고 무전으로 위치와 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구대·파출소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지구대·파출소의 경우 신고 접수 시 최단 시간 현장에 도착해 초동 조치를 하는 게 관건인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고에 신경 쓰다 보면 '112 대응'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지구대의 한 팀장급 경찰은 "경찰청장이 바뀐 뒤 전방위적으로 지구대·파출소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다 보니 국민청원까지 이뤄진 것 같다"며 "경찰청장이 지구대·파출소를 향해 '고비용 저효율' 집단이라고까지 해버리니 직원들은 모두 사기를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은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보통 지구대 한 팀에 11명에서 12명이 근무 중인데 이마저도 8명 이상이 퇴직을 앞둔 50대이고, 젊은 직원은 죄다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로 갔다"며 "인력은 줄고 업무는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봉책만 이어진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지구대장은 "어떤 곳은 순찰차 2시간 정차 시 관련 보고를 피하고자 1시간 50분 알람을 한 뒤 지구대 앞마당만 한 바퀴 돌고 다시 정차하는 편법을 쓴다고 하더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대책이 나와야 실제 민생 치안에 도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조 청장은 지난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근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고 그것을 최소 수준으로 점검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에 제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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