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醫政) 갈등 장기화 여파로 지방의 의료 체계가 위태롭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진료 공백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것은 물론 대학병원, 공공의료원이 심각한 경영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10곳의 올해 상반기 손실액은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1천612억원)의 2.6배인 4천127억원이다. 서울대병원(1천627억원)이 가장 많은 적자(赤字)를 냈고, 경북대병원(612억원)이 뒤를 이었다. 사립대병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병원들이 큰 적자를 낸 것은 진료·수술 감소에 따라 수입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국립대병원의 차입금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국립대병원 16곳의 차입금은 1조3천524억원으로 지난해 1년치 차입금(1조3천158억원)을 넘어섰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辭職)도 잇따른다. 병원 경영난과 전공의 부족에 따른 열악한 근무 환경 탓이 크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에서 사직한 교수는 올 상반기에만 223명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사직자의 80%에 육박(肉薄)한다. 사직은 대부분 지방 국립대병원에서 이뤄졌다. 방사선종양학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사직률이 높았다. 대구의료원을 비롯한 지방의 공공의료원들도 의사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방의 대학병원은 중환자·희귀질환자를 치료하는 거점 의료기관이다. 대학병원의 진료 공백과 경영난은 지역 중증 의료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충격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 개혁은커녕 지방의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복귀만을 기다릴 게 아니다. 지방의 필수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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