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소아마비, 끝 앞둔 세계적 도전

송준기 국제로타리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

송준기 국제로타리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
송준기 국제로타리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

소아마비는 우리에게 잊혀가는 질병이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 주로 5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이 수인성 질병은 발열, 피로, 두통, 구토 및 사지 통증을 유발한다. 심각한 경우 영구적인 사지 마비를 일으키며, 5~10%는 호흡 근육 마비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한 번 걸리면 치명적인 피해를 남기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1980년대 한 해 35만 명 이상을 장애인으로 만들었던 소아마비는 현재 연간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극적인 감소는 1985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 덕분이다. 국제로타리,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게이츠재단 등이 협력하여 25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보건 인프라가 부족한 세계 각지의 어린이 30억 명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했다.

필자는 2009년 30여 명의 로타리 봉사단을 이끌고 인도 북부 미럿 지역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했다. 당시 연간 741명이었던 인도의 소아마비 발생 건수는 2011년 단 1건으로 줄었고, 2014년 인도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소아마비 청정국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노력으로 소아마비 퇴치가 가능하며, 소아마비 없는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희망을 얻었다.

소아마비 퇴치에 있어 백신 개발자 조나스 소크 박사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7년간의 연구 끝에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그는 "태양에도 특허를 낼 수 있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70억달러(약 80조원)의 특허권을 포기했다. 이 위대한 인류애 덕분에 전 세계에 저렴한 가격의 백신이 보급될 수 있었다. 매년 10월 24일 '세계 소아마비의 날'은 소크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하고, 그의 헌신을 되새기며 소아마비의 완전한 종식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날이다.

한국은 1984년 이후 소아마비 발생이 없었지만, 여전히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인 2024년 8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가 발병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위생 상태가 악화되어 하수도에서 소아마비 균이 발견되었고,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10개월 된 영아가 감염되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단 두 국가에서만 발병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소홀해지면 비행기 탑승 한 번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분쟁, 자연재해, 기후위기 등은 정기적인 예방접종률을 낮추어 바이러스가 순환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인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연히 소아마비 발병 지역에서 태어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으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낀다. 단 3달러면 한 아이를 평생 소아마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작은 노력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인류를 위한 이 노력에 공감하고 동참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 소아마비의 완전한 퇴치라는 역사적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마지막 고비를 넘긴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전염병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치하는 위대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소아마비 없는 세상을 향한 이 여정에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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