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 정쟁에 가려진 네 가지 덕목: 한국 정치의 잃어버린 가치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논어의 위령공편 제12장에 '子絶四:毋意,毋必,毋固,毋我'(자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에서 공자는 자신이 극복하고자 했던 네 가지 태도를 제시하였다. 毋意(무의)는 의도적으로 추측하거나 억측하지 않음이고, 毋必(무필)은 반드시 그렇다고 주장하지 않음이다. 또 毋固(무고)는 고집스럽게 주장하지 않음이며, 毋我(무아)는 자아를 내세우지 않는 것, 즉 자만하지 않음이다.

이 네 가지는 공자가 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게 여긴 덕목을 반영한다. 공자가 강조한 군자의 삶은 자아를 비우고, 겸손하게 세상을 대하며, 타인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덕목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고집을 버리고 자아를 줄이는 것이 도덕적 덕목을 갖춘 올바른 삶의 태도라고 보았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우리는 종종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미담의 주인공들,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의인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의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권을 보면, 공자가 강조한 덕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많은 정치인이 도덕적 기준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집을 부리고, 추측과 단정으로 상대를 비난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를 하려면 공자의 네 가지 태도를 버려야 하는지, 아니면 정치를 하면 자연스럽게 그 태도를 지킬 수 없는지 공자가 살아 계셨다면 누군가 그에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란 본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숭고한 책임을 지닌 분야이지만, 네 가지 태도의 중요성을 간과한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책임을 저버리고 정치적 이득을 위한 싸움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자가 강조한 덕목은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며, 그들은 이를 되새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하며, 특히 공공의 이익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은 이러한 덕목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끝없는 정쟁은 국민들에게 큰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양당 간의 지속적인 대립은 정치권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흔들리게 하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민들은 정치권이 문제 해결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느끼며, 이로 인해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정치권이 정쟁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논의와 협력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그 기대는 아직 충족되지 않고 때로는 좌절감조차 느낀다.

사랑을 강조한 예수는 조금만이라도 사랑을 실천하면 사람 간의 갈등은 해소된다고 말씀했다. 정쟁을 넘어 협력과 정책 개발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안정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전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AI(인공지능) 전쟁을 하고 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경제, 의료,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전을 제시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향후 2~3년이면 새로운 AI 패권국가 시대로 재편될 것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역량을 다시 한번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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