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실적 하락의 여파로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으나 곧바로 회복세를 보이며 '반도체 겨울론'을 불식시켰다.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 양극화 심화 전망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견조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와 강력한 연대를 형성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3분기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AI 시장을 선점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은 반도체 업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ASML은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장비를 제작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이듬해 매출 전망을 미리 산정한다. 최근 공개한 내년 매출 전망치는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반도체 시장의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부문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객들이 신중을 기하고 투자를 일부 미루고 있다"면서 "수요 부족 상황은 족히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자동차와 모바일, PC 시장의 수요 회복은 특히 더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I 혁신에 대한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구글 모회사)·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등 4곳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1천62억달러(약 145조원)에 이른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내년 전망도 꺾이지 않은 상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실질 기준으로 (달 탐사 등 과거)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 전체와 맞먹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유효한 만큼 관련 설비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반등하나
AI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의 TSMC,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TSMC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이 3천252억6천만 대만달러(약 13조8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2%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예상치로 제시한 3천억 대만달러(약 12조7천억원)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97% 급증한 286억 달러(약 3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반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퀄(품질) 테스트는 결과를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ASML이 타격을 입은 것은 반도체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TSMC만 보면 AI 시장은 예외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AI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노력을 이어오고 있고 엔비디아 퀄 테스트는 확실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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