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국회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국악인들의 공연을 '기생집'에 비유하고 욕설까지 섞은 표현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무형유산 원로·문하생들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 때 국악인들이 가야금 연주 등의 공연을 한 걸 두고 "(청와대를) 기생집을 만들어 놨나. 이 지X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국악인들이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희 명인은 전임 대통령들도 청와대에서 국악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관람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저희 공연을 기생들이 노는 자리로 인식하셨겠나"라고 했다. 양문석 의원은 국악인에 대한 '홀대(忽待)'를 비유한 표현이 오해를 샀다는 해명을 SNS로 밝혔다.
정치인의 막말은 이처럼 파급력(波及力)이 강하다. 그래서 양문석 의원의 막말은 국회 윤리위로 넘겨졌고, 다른 사례를 보면 법정으로도 간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게 막말을 쏟아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나왔는데, 징역 3개월에 선고유예 원심이 유지돼 논란이다. 선고유예(宣告猶豫)는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뤄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 주는 판결.
유족들은 "막말을 일삼은 공직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면죄부(免罪符)"라고 반발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야 직을 상실하는데 이걸 피한 맥락이라서다. 김미나 시의원은 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와 관계 당국 비판 여론이 거셌던 2022년 11월 자신의 SNS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표현을 수차례 적었다.
'국민의 일꾼'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일상 속에서 시민보다 발언권(發言權)이 더 강하다. 그래서 신중치 못한 표현은 자칫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명백히 분노를 받아 마땅한 대상에 대한 막말은 '사이다 발언'으로 호평을 해 주다 보니, 대중의 관심을 끌어 인기를 얻으려는 욕심은 굳이 막말을 안 해도 될 상황에 막말을 남용하게 만들 수 있다. '공적 공간에선 교양 있는 말과 글을 써야 한다'는 관습적 규칙을 좀 어길 수 있는 SNS와 유튜브가 그래서 정치인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된 건 아닐까.
하지만 막말만으론 정치에 성공할 수 없을 터다. 막말은 인기 전략의 일부일 뿐, 유권자들은 합리적인 내용의 발언을 품위 있는 언어로 구사할 수 있는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을 선택할 것이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게 대구의 한 중국집에서 만난 대만 화교 할아버지 요리사의 말을 지침서로 전한다. 정치를 식사로 바꾸면 이해하기 쉽다.
"식사 중 한 아이가 떠드니 엄마가 나를 가리키며 '자꾸 떠들면 저 아저씨가 이놈 하고 잡아간다' 그러는 거예요. 아니, 내가 왜 손님을 잡아가요? 아이를 왜 유괴해요? 그것도 부모가 버젓이 보는 앞에서 말이에요. 저 말을 듣고 아이가 음식은 제대로 먹을 수 있겠어요? 부모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바로 앞에 유괴범 아저씨가 떡하니 서 있는데, 대번에 체하고 말죠. 나는 식당에 오는 아이들한테 함부로 말 안 해요. 특히 한국은 어른이니까 아이에게 당연히 말을 막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나한테 그 아이는 엄연한 손님이고, 아이에게 난 낯설고 체구까지 더 큰 사람이에요. 험한 말은 그대로 아이에게 위압감을 줘요. 식당에서 식사를 편안히 못 하게 만들어요. 오히려 더욱 공손히 사근사근 대해야 해요. 모두 그 아이의 맛있는 식사를 위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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