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투표율 20%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한 교육감 직선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에서 높은 투표율은 당선자의 대표성을 보증하며 정통성을 부여하는 수치다. 그런 의미에서 16일 있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처참한 투표율은 교육감 직선제 재고(再考)의 필요성을 재확인해 줬다.

사전투표와 본투표까지 총 사흘의 투표 기회가 있었음에도 투표율은 23.5%에 머물렀다. 이런 저조한 투표율은 당선자의 대표성과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후보자가 누군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 모르는 직선제를 이대로 둬야 하는지 회의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유권자는 832만 명. 195만 명가량이 투표해 96만 명의 지지를 받은 이가 당선됐다. 차점자와 득표율 차는 4.3%포인트였다. 유권자 636만 명은 아예 투표하지 않았다. 전체 유권자 중 11.6%의 지지를 서울 시민 다수의 뜻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이보다 높다. 그러나 광역단체장보다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가 배 가까이 많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유효 투표수의 5%인 20만 표 이상이 무효표였다. 예견된 결과다. 어느 후보에 표를 줘야 하는지 유권자는 주변 교원들에게 묻는다. 후보자가 누군지도, 정책의 차이점도 분간이 안되니 이런 '깜깜이 선거'가 20년 가까이 지속됐다. 다음 선거까지 교육감이 누군지 모르는 이도 숱하다.

'깜깜이 선거'이니 앞 순번 기호를 받으면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유리해진다. 그래서 조직력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선거 전문 브로커가 활개 치기 좋은 환경이다. 조직이 판치면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고, 당선 이후 논공행상에 잡음이 나온다. 부정의 손길에 자유로울 수도 없다.

참정권은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행사할 때 그 본래의 가치가 보전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는 스스로 참정권을 외면했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고수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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