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강속구 불펜이 202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뛰어난 구위로 LG 트윈스 공격의 핵 오스틴 딘(31)을 연거푸 돌려 세운 김윤수(25) 얘기다.
김윤수는 시속 150㎞ 중반을 넘나드는 강속구가 매력적인 투수. 다만 제구가 다소 불안한 게 문제였다. 플레이오프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제구가 걱정이지만 우리 불펜에서 구위는 가장 위력적인 투수다. 중요한 순간 짧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의 승부수는 통했다. 김윤수는 플레이오프 1, 2, 3차전에 모두 나서 위력을 뽐냈다. 공교롭게도 세 차례 등판에서 모두 올 시즌 타점왕(132타점) 오스틴을 상대했다. 실점하면 경기의 향방이 바뀔 위기에서 김윤수는 강속구로 오스틴을 지워버렸다.

13일 1차전에서 삼성은 홈런 3개로 7대1로 앞서나가다 7대4로 추격을 허용했다. 7회 2사 1, 2루 위기에서 오스틴이 타석에 들어서자 삼성은 김윤수를 마운드에 세웠다. 추가 실점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순간, 김윤수가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세 번째 공은 시속 155㎞에 이르는 빠른 공. 삼진을 솎아낸 뒤 김윤수가 포효했다.
경기 후 김윤수는 "삼진으로 오스틴을 잡는 순간 '내 공이 진짜 좋다'는 걸 느꼈다. 자신 있게 던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윤수와 같은 투수는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노리려다 보면 제구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런 유형이 정면 승부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건 큰 소득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이후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15일 2차전 삼성이 6대1로 앞선 7회, 잘 던지던 선발 원태인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오스틴이 칠 차례가 되자 김윤수가 등판했다. 이번에도 김윤수가 공 3개로 오스틴을 처리했다. 볼카운트 1-1에서 시속 155㎞짜리 강속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7일 3차전에서도 김윤수가 위기 때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0대1로 뒤지던 5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등판했다. 상대는 또 오스틴. 김윤수는 초구부터 과감히 시속 154㎞짜리 강속구를 던졌다. 오스틴이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높이 뜬 타구는 외야 뜬공이 됐다. 이번 시리즈에서만 세 번째로 오스틴을 삭제해버린 순간이었다.

이 정도면 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스틴을 전담하느냐는 말도 나올 만하다. 3차전이 끝난 뒤 박진만 감독은 "전담은 아니다. 계속 오스틴 앞에서 기회가 생겨 그런 것뿐이다. 제구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듯하다.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이겼으나 3차전을 0대1로 내줬다. 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라 한 번 더 패하면 시리즈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세 차례 등판에서 기대에 부응한 김윤수가 다음 등판에서도 제몫을 해낸다면 삼성의 승산도 높아진다.
서울 잠실 구장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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