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풍경만큼 인상 깊은 것은 바로 그 지역의 음식이다. 음식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경험하는 골목길과 같다. 낯선 길에서 우연히 맛본 한 끼의 식사는 평범한 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의미에서 바르셀로나(Barcelona)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도시의 숨은 매력을 탐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열쇠가 된다.

◆미식의 도시를 맛보다

지중해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Placa de Catalunya) 근처 골목길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찾는 여정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특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박(ABaC)은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유명해, 미식가와 스포츠 팬 모두에게 의미를 더한다. 메시의 단골집에서 식사를 하면, 그가 즐겨 찾는 장소라는 상징성 덕분에 마치 특별한 손님이 된 듯한 만족감이 든다. 이를 통해 레스토랑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유도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태길 영남대 겸임교수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태길 영남대 겸임교수 제공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미식뿐만 아니라 예술과 역사에서도 빛을 발한다. 카탈루냐(Catalunya) 광장에서 출발해, 피카소(Pablo Ruiz y Picasso), 달리(Salvador Dalí), 미로(Joan Miró)가 자주 거닐었던 매혹적인 람블라(Las Ramblas)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딕 지구(Barrio Gòtic)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게 된다. 중세 건축물들이 도시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그 끝에는 피카소가 첫 전시를 열었던 엘스 콰트레 가츠(Els Quatre Gats)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음료는 스페인의 전통 커피인 코르타도(cortado)이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Espresso)가 강렬하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면, 코르타도는 부드러운 우유가 더해져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완화하고 균형 잡힌 풍미를 선사한다. 엘스 콰트레 가츠에서 코르타도 한 잔을 즐기며, 피카소가 창작의 영감을 받았던 예술적 공간에서 바르셀로나의 깊고도 부드러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명 인사와 연계된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감성적 마케팅과 예술적 명소인 카페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미식과 예술 여행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882년 착공된
1882년 착공된 '사그라다 파일리아'성당는 2024년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 하태일 영남대 겸임교수 제공

◆가우디의 도시를 걷다

고딕 지구를 지나 그라시아 거리(Gracia Street)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열정적인 분위기와 역동성이 느껴졌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카탈루냐어로 주고받는 대화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지중해의 바람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스며든 독창적이고 낯선 아름다움이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있었다.

가우디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였다. 나무 뿌리나 파도를 닮은 파사드(façade)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유기적인 곡선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가우디의 건축물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어서 내가 알고 있던 건축의 틀을 깨버렸다. 그러나 사진으로만 봤던 그의 작품들은 나에게 단지 '개성적이고 기발한 건축물'에 불과했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곳곳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첫 목적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은 가우디의 미완성 유작이자, 그가 평생을 바쳐 실현하고자 했던 꿈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첨탑들이 성당을 장식하고 있어, 성당 앞에 서면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벽은 수많은 조각들로 성경 속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숲속 나무처럼 솟아 있는 기둥들이 천장에 이르러 나뭇잎으로 퍼져 있었다. 그 사이로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오색찬란한 자연을 쏟아내고 있었다. 1882년에 착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024년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 이곳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완성된 후에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는 그날, 신앙과 예술의 조화를 보여주고자 했던 가우디의 꿈이 완성될 것이다.

가우디 건축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구엘 공원(Parque Güell)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용 모양의 분수다. 용은 공원의 수호자처럼 우뚝 서 있었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곡선형 계단과 돌기둥들이 기분 좋은 낮잠에서 깨어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돌로 만든 지지대와 통로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라난 듯 보였고, 그 길을 걷다 보니 동화 속 한 장면 안으로 불쑥 들어선 기분이었다. 공원의 중심부로 올라서자 곡선형 벤치가 일렁이며 밀려왔다. '나투라 광장(Nature Square)'이라 불리는 이곳은 무작위로 붙인 여러 가지 색상의 타일 패턴이 눈을 즐겁게 했다. 벤치에 앉아 바르셀로나의 붉은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저 멀리 지중해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가우디의 창작물 까사 밀라. 하태길 영남대 겸임교수 제공
가우디의 창작물 까사 밀라. 하태길 영남대 겸임교수 제공

가우디의 창작물 까사 밀라(Casa Mila)는 고급 주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조각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자연의 암석을 깎아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 굴곡진 돌벽과 그 위에 얽힌 철제 발코니는 덩굴처럼 엉켜 있다. 옥상에 올라가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조지 루커스(George Lucas)의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영감을 준 조형물들이 바람에 깎인 바위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내려다보는 바르셀로나의 전경은 가우디가 창조한 도시처럼 느껴진다. 옥상의 곡선미와 비정형의 조형물들은 그가 건축에서 자연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세계적인 문화·예술 중심지로 만든 핵심 자산이며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작품과 디자인 철학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깊이 이해한 결과로, 성공적인 건축물 마케팅의 스토리텔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도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우디가 곧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 다시 까사 밀라를 찾아 그 안에 있는 카페, 라 페드레라(La Pedrera)에서 저녁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카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했고, 우연히 마드리드(Madrid)에서 온 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스페인의 매력에 대해 공감하며 웃음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여러 언어가 뒤섞인 바르셀로나의 유쾌한 시간이 아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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