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 정승인 한성기업 사장 "대구서 1호 팝업스토어 오픈, 대왕 크래미 맛보러 오세요"

우주여행 경품으로 내걸었던 '마케팅 대통령', 크래미로 대구 찾다
24일까지 롯데백화점 상인점서 한성 1호 팝업스토어 '한성 포구' 오픈
롯데백화점 30년 근무…"대구점 점장으로도 근무해 대구 상권 친숙"
'대한민국 꿈 시리즈'로 우주여행권·아파트 분양권 등 경품 기획하기도
크래미 만드는 60년 전통 한성기업 식품 총괄…"짜명란 등 소비자가 좋아하는 식품 개발할 것"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한성 포구'가 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소개하는 크래미는 3세대 크래미인 '대왕 크래미'로 불에 살짝 데워 불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본인 제공

정승인 한성기업 사장. 본인 제공
정승인 한성기업 사장. 본인 제공

단골 간식 크래미가 대구 시민을 만난다.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한성 포구'가 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소개하는 크래미는 3세대 크래미인 '대왕 크래미'로 불에 살짝 데워 불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팝업 스토어가 시작된 지난 17일 롯데 백화점 상인점에서 정승인 한성기업 사장을 만났다. 대왕크래미에 더해 짜서 먹는 명란(짜명란) 3종 세트를 새롭게 출시한 그의 눈이 활기로 가득했다.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이 롯데백화점 상인점에서 한성기업 1호 팝업을 연다. 대구에 첫 번째로 온 이유가 있나.

▶롯데 상인점에서 열린 '한성포구'는 한성이 최초로 시도하는 델리 형태의 팝업스토어다. 우선 2013년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점장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대구의 유통 시장이나 상권을 많이 배웠고 무척 친숙하다. 무엇보다 지리적 이점도 있었다. 크래미나 명란 등 젓갈을 생산하는 시설이 경북 포항에 있다. 한성에서 큰 매출을 책임지는 대표 식품을 포항에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포항 TF팀을 만들 정도로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관심이 크다.

-팝업 스토어에서 직접 해군 모자도 쓰면서 판매도 하시더라.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보였다.

▶오는 27일까지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대왕 크래미는 한성에서 야심 차게 선보이는 3세대 크래미다. 또 짜서 먹는 명란인 '짜명란'을 소비자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신제품들에 내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고, 그것을 평가받는 자리라 설레고 기분이 좋다.

-별명이 '마케팅 대통령', '마케팅의 귀재'라고 들었다. 소비자에게 서슴없이, 격 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니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롯데 그룹에서 마케팅 업무를 오래 봤다. 1987년 롯데에 입사해서 롯데백화점 기획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맡았었다. 마케팅 대통령 같은 과분한 별명이 붙은 것은 당시 롯데백화점이 호황기를 누린 덕이 크다. 연 매출은 10조, 영업이익은 1조나 달성 했을 시기였으니 마케팅에 편성한 예산도 많았다.

2008년~2009년쯤부터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그룹에서 롯데백화점의 마케팅 전권을 다 나에게 넘겼었다. 당시 롯데백화점 마케팅 예산이 평균 50억원 정도였다. 나는 3배인 150억원 예산을 편성해 당시 그룹 회장이었던 신격호 회장님을 찾아갔다. 실은 100억원이면 충분했는데 그렇다고 100억원을 말하면 70억 정도만 해줄 것 같더라. (웃음) 얕은 꾀였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생겼다. 150억원을 달라고 하니 신 회장님은 흔쾌히 승낙을 해주시면서 "국민을 기쁘게 해드려라"라고 딱 한 마디 하셨다. 신 회장님이 마케팅의 원조 귀재이기도 했고 마케팅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최초로 '우주여행', '아파트 분양권' 등 센세이션한 경품을 내세웠었다. 그것도 사장님의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맞다. 2009년 롯데백화점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로 3억원 상당의 '우주여행권'을, 6억원 상당의 '아파트 분양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기업 마케팅 품목으로는 처음이다. '대한민국 꿈 시리즈'라는 주제로 경품을 줄 세웠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하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꿈' 같은 경품이 콘셉트인 것이다.

30주년이면 아주 큰 행사다. 신 회장님이 국민을 기쁘게 해드리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당시 해외 토픽으로 한 기업가가 3억을 내면 10년 뒤인 2018년 우주여행을 함께 가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우주여행이 3억원이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거다. 합리적이고 기발한 경품이라고 생각했다. 그 우주 여행권 당첨자가 대구의 한 대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분은 전액 현금으로 받아가서 우주여행은 하지 않았다.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한성 포구'가 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소개하는 크래미는 3세대 크래미인 '대왕 크래미'로 불에 살짝 데워 불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한 가운데서 한복 브랜드와 손잡고 수중 한복 패션쇼를 기획했다고 들었다.

▶뭐든 최초 아니면 최고가 되자는 게 나의 마케팅 철학이다. 2등은 묻힌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웃음) 물론 앞서가는 자를 따라가면 본전은 뽑는 안전함은 있겠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그렇게 해서는 마케팅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한복 수중 패션쇼도 그런 생각에서 낸 아이디어다.

-동티모르에 가서 시계탑도 세우고, 에티오피아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던데. '마케팅'이라고 하기에는 지금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행보다.

▶빈민국에 학교를 세우는 일은 당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었던 영향도 있다. 롯데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이 기업 차원에서 봉사 활동들을 많이 했다.다만 꼭 그런 시대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에티오피아에 학교를 세운 것은 마음에 오래 남는 일이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다. 대단한 건 그들은 전쟁에서 전승했다.

에티오피아 최정예군으로 파병을 보내온 거다. 전쟁이 끝나고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니 정권이 공산주의 정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 참전 용사들과 가족은 대대로 박해를 받게 됐다. 그 사실을 알고 가슴이 아팠다. 그들을 위해 기업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한국도 지금처럼 잘 살 수 있게 된 건 교육 덕이었다. 현금 지원을 해주는 것보다 교육 시설을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지원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17일 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 식품 매장에서 국내 수산 대표기업인 한성기업㈜ 관계자들이 선장과 선원 복장을 한 채 포구 컨셉의 이색 팝업 스토어
17일 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 식품 매장에서 국내 수산 대표기업인 한성기업㈜ 관계자들이 선장과 선원 복장을 한 채 포구 컨셉의 이색 팝업 스토어 '한성 포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팝업 행사에서는 한성기업㈜의 인기 상품 총 41종을 최대 30~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최근 인기 요리 재료인 명란을 모티브로 한 '짜명란 3종 세트'(크림치즈, 치폴레, 와사비마요) 신제품을 선보인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사회적 책임이라고 한 것처럼 과거에는 백화점이 대중문화를 주도해서 만들어간 것 같다. 지금은 유통이 온라인 중심이라 힘든 점도 있겠다.

▶백화점이 고급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백화점이 다 그렇지만 롯데는 신격호 회장님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롯데라는 이름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온 거다. 백화점 갤러리도 만들고 극장도 만들었다.

-이후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대구가톨릭대 부교수로도 계셨다. 지금은 한성기업 식품 부문을 맡고 있는데.

▶한성기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 슬로건을 'ASAP(As Soon As Possible) 5000억 원'으로 정했다. '가능한 빨리 회사의 매출 규모를 5천억 원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재 회사 매출은 3천억 원 규모다.

한성이 6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종합 식품기업이다. 크래미라는 전국구 히트 상품을 가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마케팅 부서가 없더라. 그래서 지난해 마케팅 부서를 신설했다. 사장이기도 하지만 마케팅 부서장처럼 살고 있다. 튜브 형태로 짜서 먹는 명란이나 염도 낮춘 젓갈, 매운 라면, 맵기 정도의 젓갈도 개발했다.

1호 팝업 스토어도 마케팅팀을 신설하고 기획한 것인데 많은 대구 시민이 상인점을 방문해 한성의 식품들을 맛보면 좋겠다.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지난 17일부터 롯데백화점 상인점에 크래미 제조사인 한성기업의 1호 팝업 스토어 '한성 포구'가 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소개하는 크래미는 3세대 크래미인 '대왕 크래미'로 불에 살짝 데워 불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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