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와룡산 산림휴양시설, 면밀한 준비 안 됐다면 재고해야

2026년 개장을 목표로 한 대구 서구청의 '와룡산 산림휴양단지' 조성 사업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림휴양단지로서 입지 선택 등에 의아한 대목이 적잖은 탓이다. 산림휴양단지 고유의 특성에 걸맞은 공간인지 주민들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최근 대구 서구의회에서도 재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25억원의 예산이 드는 대형 사업이지만 과업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졸속(拙速)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서구와 달서구에 접한 와룡산은 높은 접근성 덕에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곳을 휴양 명소로 개발한다는 건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서구청이 제시한 청사진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축구장 46개 면적(30만㎡)에 풍욕장, 일광욕장, 황토 에코로드 등 산림 치유 시설과 휴양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산림휴양단지 조성에 입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서구청의 계획은 의문스럽다. 천연의 맑은 공기를 만끽할 여건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천리 쓰레기매립장, 상리 음식물류폐기시설, 염색산업단지 등이 지척(咫尺)이다. 악취 유발 시설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인 입지는 상수(常數)로 잡힐 약점이다. 서구청은 방향수림(芳香樹林) 확충으로 악취를 완화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확실한 해법이라고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2022년 이 사업의 예산을 승인했던 대구 서구의회에서도 최근 사업을 재고해 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종일 서구의원은 "심리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송전선로를 보고 과연 사람들이 심신의 휴식과 치유를 위해 산림휴양단지에 오래 머물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능선 주변은 악취 영향이 적다며 안이하게 대처했는데 산림휴양단지 조성 이후 악취 문제가 불거진다면 지역의 악취 낙인은 더욱 깊이 찍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부지 매입비 85억원, 설계·공사비 40억원 등 총 125억원이 책정됐는데 여기에 인구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활인구 유입에 직접 기여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것이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도 다소 엉성하다. 사업 주체로 '서구청'이 아닌 '의정부시'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과업지시서를 베껴 검수하지 않은 채 용역업체에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기 힘든 직무 해태(懈怠)다. 대구경실련은 "나라장터에 게시된 문서에서 표지와 개요 부분만 갈아 끼웠다"고 꼬집기도 했다. 용역업체도 대구환경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과태료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니 전반적 부실이라는 비판도 무리가 아니다.

적당히 시설만 갖춰 둔다고 산림휴양단지가 되지 않는다.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고민도 따라야 한다. 필지 매입도 순탄치 않다. 올해 하반기까지 확보해야 할 대상 필지가 24필지인데 8필지는 매입 불가 상태라고 한다. 서구청은 모든 필지를 매입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면밀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중도 좌초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