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면담, 이제 ‘윤·한 갈등’ 말 안 나와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81분간 면담(面談)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의혹사항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임명,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 조속한 출범 필요성, 민심 악화를 돌릴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 등을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담(茶談)에서 요청한 이야기는 대부분 한 대표가 이미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이야기였다.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던 이야기를 전할 거라면 굳이 대통령 독대(獨對)까지 요구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줄곧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본인은 그 방식이 당당하고, 당 대표가 요청하고 윤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쇄신(刷新) 의지를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공개 거론함으로써 오히려 문제가 풀리지 않은 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마당에 막상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그러니 한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독대'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야당은 독소조항이 담긴 특검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행안부 장관, 방통위원장 탄핵도 밀어붙였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자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을 겁박하고, 수사 지휘권이 없어 책임도 없는 검찰총장을 탄핵(彈劾)하겠다고 한다. 국회 각종 상임위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증인채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또 검찰청 대신 기소청을 만들어 검찰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려고 한다. 정쟁(政爭)과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국회 권력을 무한 남용(濫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이 이처럼 정당성도 염치도 없는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의석 수에서 밀린다면 국민을 향해 민주당의 입법 공세, 탄핵 공세, 각종 증인 채택의 부당함을 널리 알려야 하지만 그런 정치적 시위(示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인사들은 야당의 공세에 맞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실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니 야당이 역풍(逆風) 걱정 없이 탄핵과 특검을 남발하는 것이다.

최근 한 대표의 발언들을 보면 그가 국민의힘 대표인지, 세상을 향해 이러쿵저러쿵 훈수와 잔소리를 늘어놓는 초야(草野)의 선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 대표의 잦은 내부 문제 제기는 정부·여당에 이롭지 않고, 야당을 기쁘게 할 뿐이다. 대통령과 독대(獨對) 요구 역시 '전략적으로 세련된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야 했다.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하고 싶은 말'을 전략적으로 포장(包裝)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내뱉고 싶으면 정치를 떠나 언론계나 학계로 가면 된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친한계의 자해(自害)가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윤·한 갈등'은 끝나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만큼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자제 등은 이제 대통령실에 맡겨 두고 한 대표는 거대 야당의 정치 공세에 맞서는 여당 대표의 본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에 '전략적으로 이로운 언행'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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