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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TK행정통합 4자 회동, 그 이후…

박영채 서울취재본부 기자
박영채 서울취재본부 기자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향한 열차가 다시 출발했다.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 대구시, 경상북도가 이견을 조율해 중재안을 도출하며 첫 단추는 끼웠다. 앞으로 통합 자치단체 설치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 이양, 재정 지원, 각종 특례를 법안에 담으려 할 것이다. 행안부, 중앙 부처들과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나온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본회의 통과'라는 난제 앞에 서게 될 것이다.

TK 국회의원들의 의견 조율, 집권 여당 및 거대 야당과의 공감대 형성 등 어느 하나 간단치 않다. 그간 국회에서 TK신공항 특별법,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법, 달빛철도 특별법 등 여러 현안 법안들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바 있다. 하지만 TK 행정통합법 처리가 가장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지역 정가의 반응이다.

당장 TK 의원들 사이에서도 행정통합을 두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지방 소멸 극복 등 행정통합의 대의(大義)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저마다 품고 있는 생각이 다양하다. 대구 의원들과 경북 의원들의 입장이 다르고, 경북 의원 사이에서도 권역별로 입장이 갈린다. 경북 북부권에선 행정통합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행정통합을 하려면 입법이 필요하고 그 일은 국회의원이 하는데, 자신들을 배제한 채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주도하는 것을 두고 '시도지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행정통합 추진에 불과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행정통합법이 국회에 제출된 뒤 지역 의원들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법안 심사, 본회의 처리에 앞장설지도 미지수다. 법안 심사를 소관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TK 의원이 한 명도 없다. 3선 이상 중진들이 즐비한 TK 의원 구성상 차기 광역단체장 출마를 저울질하는 속마음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찬성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시장, 도지사 자리가 하나 줄어들면 그들의 정치적 진로는 절반으로 축소된다.

다른 지역 의원들이 TK 행정통합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 줄지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전국에서 지방행정 체제 개편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TK만 먼저 가는 것을 용인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국 단위 행정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치 현안으로 부상, 풀 수 없는 난수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대 야권의 호응 여부도 안갯속이다. TK 의원 및 집권 여당 내 일치된 입장을 형성하더라도 본회의 통과는 거야(巨野)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 민주당 안팎에서는 단체장 주도의 행정통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TK신공항법이 광주군공항 특별법과 연계 처리됐던 점을 고려할 때 야당이 조건을 내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당정이 수용하지 못할 요구를 한다면 행정통합법 본회의 통과는 난망해진다.

TK 행정통합 열차의 앞길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시·도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핵심이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통해 지방행정 체계의 개편을 선도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실망으로 끝난다면 TK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TK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으로 대의를 위한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결론은 결국 국회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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