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은 경기 성남 위례지구에 준공하려는 글로벌센터(미래기술연구원 분원)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 포항의 본원보다 20배 큰 규모로 분원을 세운다는 계획인데 R&D 핵심 기능을 수도권으로 옮기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난 2월 반대 여론이 들끓자 기공식을 생략하는 등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계획의 수정이나 철회 없이 이름만 바꿔 재추진하는 건 기만(欺瞞)이다. 지역 균형발전의 시대적 대의가 자본과 인재의 수도권 유출 방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그룹의 수도권 분원 설립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칭을 글로벌센터로 바꾸면서까지 수도권에 안착(安着)하려는 의도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세계 여러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2차전지 소재·인공지능(AI)·수소 분야의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인프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교통 편의성과 지리적 이점도 인정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분원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간명(簡明)하다. 지역 자본과 인재 유출을 막아줄 거점 역할을 포스코그룹에 기대하는 것이 지역 민심이다.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이 있는 포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기능을 확충하면 인재를 불러들일 여건이 조성된다. 인구 증가 효과는 덤이다. 포스텍을 포함해 연구중심대학인 DGIST, UNIST와 글로컬대학인 경북대, 한동대, 부산대 등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인재를 오게 할 기업이 오히려 인재를 찾아 거점을 옮긴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포스텍의 수도권 이전도 말릴 수 없게 된다.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의 기능 분산 시도는 수도권 쏠림을 막아 보겠다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한다. 경북 시군 22곳 가운데 15곳이 인구 감소 지역이다. 경북 제1의 도시 포항도 인구 50만 명대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대구경북 통합도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다. 포스코그룹이 제철보국(製鐵報國)의 구호 아래 출발해 오늘에 이른 국민 기업이라는 점도 십분 감안돼야 한다. 포스코그룹 수뇌부가 깊이 재고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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