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선장군' 행세 한동훈 대표 "尹대통령 위기 몰아, 원하는 것 이룰 수 없다"

윤-한 관계 신뢰 바닥인데, 요구사항 늘어놓고 대통령 코너로 몰아
친윤계 "대통령 권위 실추시키는 접근법" "민감한 문제, 비공개 때 효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을 방문, 10·16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용철 강화군수와 함께 상인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을 방문, 10·16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용철 강화군수와 함께 상인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면담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느 정권에서 볼 수 없던 이례적인 당정 관계상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의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구하고, 답하기 힘든 요구사항들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후 답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마치 '개선장군'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에선 한 대표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자기 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10·16 재보궐선거 일부 지역 승리와 당내 친한 세력 결집,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대통령실에 대한 싸늘한 여론 등을 토대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본격적인 차별화를 꾀하고, 나아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지도자 위상을 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22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20여명을 소집해 만찬을 함께하며 '즉석 회동'을 갖기로 한 사실은 그가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 결집'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 대표는 지난달 22일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앞두고 별도 독대 자리를 요청한 이후 점점 발언의 강도를 높이며 대통령을 압박해 나갔다.

지난 6일 친한계 의원 회동에선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7일에는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불러모아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며 본인의 뜻에 어긋나면, 누구와도 맞서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어 10일 인천 강화를 방문해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 12일 부산 금정에선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14일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검찰과 대통령실 등을 한데 묶어 압박했다.

17일 재보궐선거 직후엔 이런 발언을 요약해 3대 요구 사안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을 정리했고,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에선 특별감찰관 임명 등까지 요구를 더했다.

또 대통령실 내부의 김 여사 측근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특정 비서관은 "낙하산 인사 임명은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직후에는 첫 일성으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기존에 정치 문법에서 볼 수 없는 접근"이라며 "집권 여당 대표가 요구사항을 늘어놓고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 어떻게든 답을 얻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입장에선 어느 것 하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쉽게 답할 수는 없는 사안들이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선 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한 대표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매끄럽지 못한 수준을 넘어 굉장히 거칠다"고 평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으로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게 둘이 만나 은밀하게 얘기하기 위해 독대를 요청해놓고 만천하가 알도록 공개하면 독대 성과가 나겠나?"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권위를 실추시키는 접근법"이라며 "보수 진영이 배출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여당에서 후임 대통령이 되려는 분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겠나"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는 사실상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는데, 본인만 튀어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친윤계 의원들도 지금 접근법으론 한 대표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평을 내놨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서로 신뢰 관계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비공개로 할 때 효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의 측근들을 향해 "대통령실이 면담에 앞서 '한 대표를 기다리게 하는 등 홀대했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면서 "외교 일정으로 잠시 늦어진 것을 두고 측근들이 이런 해석을 하는 건, 서로 불필요한 오해만 쌓을 뿐"이라며 경솔한 평가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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