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기류 변화 시작…여야의정 완전 협의체 출범 가능?

상급종합병원협의회·수련병원협의회·전의교협 협의체 재논의…병협 '고심 중'
전공의·의대생 대표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의료계-종교지도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요청을 받은 나머지 의사 단체 일부에서도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제 모습을 갖추고 출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의학회와 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자 기존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다른 단체들도 재논의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5개 의료계 단체·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해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를 보장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문을 받은 15개 단체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KAMC, 대한의학회와 '빅5' 병원(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다.

이중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수련병원협의회, 전의교협은 여야의정 협의체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 관계자는 "의학회랑 의대 학장들이 대화 자리에 나간다고 하면 상종병원은 거의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을식 수련병원협의회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의학회와 KAMC가 의료계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다른 의료계 협회들은 두 단체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7시에 회의를 열어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대한병원협회는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참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은 대부분 개별 차원에서의 참여 대신 상급종합병원협의회나 수련병원협의회 차원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의 변화 기류가 감지되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여야의정 완전 협의체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 두 단체가 나머지 의사 단체를 완벽하게 대표하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의료계 얘기를 충분히 자세하게 전달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 대란을 연내에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또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22일 의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는 부분을 검토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중재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시민들의 기대를 양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참고인 조사를 위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과 대전협, 의대협은 협의체 참여 거부를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이 올린 글에는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의협 또한 "현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