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미국 국적 예술단 공연장 대관 왜 막나

오세열 (사)한국파룬따파불학회 사무총장 법학박사
오세열 (사)한국파룬따파불학회 사무총장 법학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를 공약하여 당선된 뒤 친미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대한민국,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당선인 시절에는 이례적으로 국군보다 주한미군기지를 먼저 방문하고 취임 직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한국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이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지적하여,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데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미국 션윈예술단 내한 공연을 위한 대관 신청이 2022년 추석을 전후하여 전국 13개 극장에서 모두 거부되었다. 모든 극장에서 션윈 공연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인데 그 상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션윈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던 지자체 소속 극장과 심사를 통과한 극장을 포함하여, 이미 션윈 공연을 수차례나 했던 공연장 모두 대관을 불허하였다. 지방의 어느 공연장은 접수 기간 내에 션윈 공연만 단독 신청했는데 심사 기일을 일주일 연기하고는 지방 공연을 끼워 넣은 뒤 심사 결과 경합으로 탈락했다고 통보했다. 외부의 지시가 없었다면 극장 관계자들이 이런 위법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공연 주관사는 대통령 주변의 핵심 권력자가 개인적으로 전국 각 지자체에 비밀 지령을 내려 대관을 금지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간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경제 문제·탈북자 북송 문제 등 현안 해결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양국은 국가 이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외교 문제는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해결하여야 한다. 중국이 자신의 이념에 맞지 않다고 해서 한국 정부에 대하여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법치주의를 무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중국이 미국 국적의 션윈예술단 공연을 하지 말도록 강요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 세계에서 션윈 공연을 정부가 막고 있는 민주정부는 한국뿐이다. 작년 카리브해의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친중 정부이고 중국 대사가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압력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션윈 공연을 강행하여 중국의 갑질에 일격을 가했다.

미국 예술단의 내한 공연을 금지하는 것은 한미 FTA에 위배되며 외교관계상의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션윈예술단에 대한 차별행위는 미 하원이 지난 6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파룬궁보호법에도 저촉된다. 미국이 이 약점을 잡고 한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이용한다면 국익이 크게 훼손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을 문화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겠다는 현 정부에서 미국 예술단 공연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현 정권 출범 후 희망적이던 한미 관계가 친중사대주의자들 때문에 파탄 날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속히 친중파 인사를 정리하고 션윈 블랙리스트를 해제하여 한미동맹을 정상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중국의 침투를 막고 문화주권을 지키는 최선책이다.

오세열 (사)한국파룬따파불학회 사무총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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