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10년간 추진한 지방 살리기 프로젝트 '지방창생'(地方創生)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지방창생은 2014년 9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쇠퇴를 막아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는 지자체에 1조3천억엔(약 11조4천억원)을 지방창생 교부금으로 지급했다.
그럼에도 수도권 인구 집중은 결국 막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공개한 '지방창생' 정책 시행 10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방에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정책 시행 당시보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훨씬 심화됐다. 보고서는 "각 지방에서 이주자 확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웃 일본의 사례는 대한민국과 판박이다. 역대 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 추진한 지방 살리기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 지방자치 분권, 세종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일련의 사업 성과는 일시적이고, 미미했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9월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과 저출생이 계속된다면 전국 기초 지방정부 228곳 중 105곳인 46.1%가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과 한국의 연이은 지방 살리기 실패는 국가균형발전 전략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시사한다. 이른바 '초광역(超廣域)' 메가시티(megacity)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방과 지방의 뺏고 뺏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광역 단위 지방과 지방의 초광역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방정부 주도의 진정한 지방 살리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를 본부로 하는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이 출범했다. 12개 지자체 광역연합위원회 산하 6개 사무국이 광역 업무를 수행한다. 경제적 시너지 효과도 커지면서 2025년 엑스포를 유치하고 중앙에 있던 문화청을 교토로 이전하는 성과도 올렸다.
현재 대한민국 초광역 메가시티 논의는 대구경북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21일 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오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한반도 제2의 초광역 지방정부로 출범하는 게 목표다. 통합이 이루어지면 인구 500만 명에 GRDP 178조원의 수도권에 버금가는 인구와 면적 및 경제 규모가 실현된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달 22일 연내 대구경북 행정통합안에 대한 시‧도의회 통과 목표를 제시했다. 시‧도의회 통과 이후 특별법 제정을 거쳐 대구경북특별시 출범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구경북특별시 출범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대구경북 오피니언 리더들이 소(小)이기주의를 넘어 진정한 지역 발전과 지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예정대로 2026년 7월 대구경북 초광역 지방정부가 탄생한다면 역대 중앙정부가 모두 실패한 완전한 지방 시대를 열고, 지방 소멸과 저출생 등 국가 재앙 수준의 과제를 동시에 극복하는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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