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反기업 정서 편견 걷어내야 '국민기업' 삼성이 살아난다

다시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혁신과 기업 존중 문화로 재도약 해야
과도한 사법 잣대 리더십 공백…패권 경쟁기 HBM 축소 실책
"혁신 없인 미래 없어" 다 바꿔야…대만 TSMC처럼 국가 지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 참석을 마치고 병원을 떠나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 참석을 마치고 병원을 떠나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연혁. 매일신문
삼성전자 연혁. 매일신문

'기술경쟁력 퇴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삼성전자를 두고 "이재용 회장에 대한 과도한 사법적 잣대가 오너 리더십의 장기 부재를 불러왔고 결국 국민 기업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등 정부와 시민사회의 전폭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문이 쇄도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 '국민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경제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왕좌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

AI 메모리 칩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던 점이 뼈아픈 실책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축소했던 결정이 오판이었다는 평가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이로 인한 격차가 가시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올 3분기 실적은 위기론을 공식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가는 6만원을 밑돌며 '5만전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역대 최장 기간인 30거래일 연속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가 이어졌다.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반성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전 부회장은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잠정적으로 1개 분기 만에 매출 재역전을 허용했다.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이어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과도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해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TSMC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을 거듭해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사회·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지배구조 약화와 컨트롤 타워 부재가 문제"라며 "중장기적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 이재용 회장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을 비롯해 대다수의 기업이 안고 있는 경영권 승계 문제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대를 이어 경영을 하는 훌륭한 기업이 많다. 한국에서는 기업인들이 낡은 제도에 묶여 경영을 포기하거나 사법 리스크에 묶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와 경영 전문가들은 "취임 2주년을 앞둔 이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필적할 만한 '뉴 비전'을 제시해야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SD 교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SD 교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