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기업 삼성의 위기] 수년째 사법리스크, 주식수익률마저 깎아먹었다

삼성 발목 잡은 '오너리스크'…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 있어야"
오너 위법 혐의 발생 시 주식 누적초과수익률 평균 -7.7%
"그룹 전체 이미지 실추… 경영 공백 등 직·간접 피해 동반"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6조원을 넘게 벌어들이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삼성전자가 이날 공시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천462.29% 증가한 10조4천439억원으로,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6조원을 넘게 벌어들이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삼성전자가 이날 공시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천462.29% 증가한 10조4천439억원으로,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와 신저가 행진으로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업 총수가 불법행위 등에 연루되면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오너 사법리스크, 주가 하락 이어져

전문가들은 오너 '사법리스크'가 즉각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지난해 게시한 '오너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상장기업 오너에게 위법 혐의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주식 누적초과수익률은 급격한 '마이너스(-)'를 보였다.

연구진이 지난 2000~2020년 상장사 오너 위법행위에 관한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주식시장 반응을 조사한 결과다. 오너 위법 혐의 발생 전후로 3일간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은 -7.7%, 오너 구속사건 발생 시에는 -5.3%로 나타났다.

오너가 기소되는 경우 초과누적수익률은 -0.59%로 "통계적인 유의미성을 찾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오너가 위법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개인 투자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너의 경영 참여 여부를 나눠 분석한 결과 경영에 참여한 오너가 위법행위에 연루되는 경우 사건일 전후 5일간 누적초과수익률은 -11.27%로 반대 경우(-4.01%)보다 크게 하락했다.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기업 평판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오너의 위법행위는 기업 혹은 그룹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켜 큰 피해를 준다. 오너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라면 경영 공백이라는 피해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기업 삼성도 오너리스크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한 바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줄곧 미등기이사 상태다. 국내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리더십 부재 상황이 대규모 투자 결정 지연과 기술 경쟁력 약화, 조직 관료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될 필요성도 나온다. 이 회장은 재판에 쫓겨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시간을 수년째 겪고 있는 것이다. 책임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을 의식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반기업 정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해외 유수 기업들이 이미 국가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 만큼 한국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삼성의 '혁신적 시도'를 바라고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면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 제거, 최고경영자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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