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에게 ‘예스(yes)냐 노(no)냐’는 한동훈, 여당 대표가 맞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이에 앞서 한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3대 해법을 제시하며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 담당 특별감찰관 수용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한 사안을 이틀 뒤에 공개적으로 반복한 것이다. 거의 스토킹 수준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과 중진 등 많은 의원의 의견을 우선 듣고 최종적으로는 의총을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한 대표와 상의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마구 던진 셈이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대통령실을 향해 "용산은 지금 말의 각색을 할 때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제안에 대해 예스(yes)냐 노(no)냐를 말할 때"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예스냐 노냐'는 표현은 적에게 내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구사하는 위협이다. 한 대표 생각에 김 여사 문제 해결이 아무리 화급하다 해도 이런 표현까지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특검법이 이상하지만 대통령실이 여사에 관해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이슈를 해소하지 않고는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달 초 특검법 재표결에서 당내 이탈표가 4표에 그쳤지만 법안이 또 올라오면 추가 이탈이 우려된다는 경고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추가 이탈을 막아야 할 여당 대표가 추가 이탈을 경고하는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다. 김건희 특별법은 독소 조항이 가득해 위헌 시비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널리 알리고 김건희 특검법을 막는 데 주력하는 게 여당 대표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기정사실로 치부(置簿)해 특검으로 가자는 것이 야권의 정치적 술수다. 한 대표의 언행은 스스로 그 술수에 말려들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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