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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대구, 치매환자 느는데 '배회감지기'는 어디에?…예산 태부족

2023년 치매환자 실종신고 581건
기기이용률은 3%…지난해는 1.6% 그쳐
"지자체 차원 예산 확보해 보급 확대 필요"

경증치매환자들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 체험
경증치매환자들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 체험 '오늘은 장보는 날'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환자 실종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보급을 위한 지자체 자체 사업이 전무하고 보건복지부 주관 사업에만 기대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대구시가 '고령친화도시' 추진을 천명한 만큼,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내 치매환자 실종 신고는 지난 2020년 614건 접수됐다. 이후로도 지난해 581건을 비롯해 매년 600건 안팎의 실종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배회감지기의 보급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배회감지기는 치매 노인의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형 스마트 기기다. 미리 설정한 안심 지역을 이탈하면 보호자 알림, 위기상황 긴급호출 알림 등이 전송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환자 발견 소요시간은 평균 12시간이 걸리는데 배회감지기를 착용하면 약 40분으로 단축된다. 이처럼 실종 수색 시간 단축 등 효과는 뚜렷하지만 치매 환자 수 대비 기계 보급률은 턱없이 낮다.

대구시에 따르면 배회감지기는 지난달 기준 지역 내 치매환자 263명에게 보급됐다. 올해 노인장기요양보험 5등급(치매특별등급)및 인지지원등급을 받은 수급자는 총 7천979명인데 이 가운데 3%만 배회감지기를 이용한다.

지난해는 이보다 보급률이 더욱 열악했다. 2023년 기준 치매환자 수급자는 총 7천593명인데 보급된 배회감지기는 125대로 보급률이 1.6%에 그친 것.

지자체의 예산투입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현재 배회감지기 보급사업은 복지부·경찰청·민간 통신사 사이의 협약으로만 추진되고 있는데 연간 배부 물량 및 제공 시기가 제한적이라 확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사회공헌 기금에 의존해 배부물량의 변동폭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대구시의 자체 사업은 전무하다.

4년째 방문요양 보호사로 활동중인 임정아 복지사는 "실종 신고 경험까지 있는 치매 환자 어르신의 가족이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배회감지기를 신청했는데 신청 기간이 끝났거나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경찰 A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치매 환자를 찾고 가족에게 인계한 뒤 배회감지기를 신청하라고 안내하지만 지자체 별 배회감지기 보유대수가 부족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저소득층은 배회감지기를 사비로 구입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의 예산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각 지자체가 복지 예산을 활용해 직접 배회감지기 등을 구입해 보급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례로 경산시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손목시계형 배회감지기를 30대를 구입하고 개통일 기준 2년 간 통신비를 지원한 바 있다.

강연숙 대구시 건강증진과 과장은 "지역 내 치매안심센터 별로 배회 인식표를 무료 배부하고 있고 '치매 체크'라는 치매종합포털앱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실종 방지 대책이 있다"며 "배회감지기 보급은 예산 문제로 당장 자체 예산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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