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인 3명 중 2명이 번아웃…'집단 무기력 시대' 어떻게 끊어낼까

[책] 무기력 디톡스
윤대현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번아웃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번아웃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업무 때문에 좌절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하고 매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스럽다", "이 일이 나를 무정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 무섭다"…. 책에 마련된 질문지에 하나씩 점수를 매겨보니 어라. 내가 번아웃 고위험군에 속한다니. 몇 달간 신체·정신적으로 이전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건 느꼈지만, 막상 고위험군에 해당되니 조금 씁쓸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늘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 모른 척할 수밖에 없고, 대신 평소라면 무리 없이 해냈던 일들에 하나씩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으로 발생하는 소진 상태를 일컫는 '번아웃 증후군'은 최근 여러 매체에서 다룰 정도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기력감, 건망증, 탈진, 회피, 불면증 같은 증상들이 따라온다. 간혹 2030세대와 번아웃 증후군을 묶어 마치 한 세대만이 겪는 문제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나이와 세대를 막론하고 무한한 경쟁에 노출되며 자라온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다. 최근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가 조사한 직장인 번아웃 경험 여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번아웃 증후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글로벌 컨설턴트사인 매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전 세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42%에 달했다.

신간 '무기력 디톡스'의 저자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임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마음 에너지가 고갈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무기력을 경험하는 '집단 무기력'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발달, 기후변화 등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사회 전환 요인들은 에너지 고갈을 부추기며 무력감을 더할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현대인들이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30여 년간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집약해 만든 마음 안내서이다.

마냥 "견뎌야 한다"라며 과도한 동기부여를 하지 않고, 이 책은 마음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의욕을 만드는 근본적인 의욕 활성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화창한 "가을날 하늘이 예쁘면→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감정에서 생각으로 저절로 이어지는 것을 '동기부여된 상태'로 보고, 이를 위한 전략을 4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로는 1차 스트레스와 2차 스트레스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사건이나 경험은 1차 스트레스, 이 1차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를 2차 스트레스다. 예를 들어, 건망증으로 실수를 한 게 1차 스트레스라면, 이로 인해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으로 증폭되는 게 2차 스트레스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자 한다면 2차 스트레스로 넘어가지 않게 조기에 막아야 한다.

이어 ▷2단계인 '자기 연민을 통해 공감하기'란 "내가 열심히 살아서 무기력하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것처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 인지가 긍정적으로 작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3단계로는 부정적인 일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반추 사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는 의욕이 생기는 100% 완벽한 타이밍은 없으며,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액션을 먼저 취해 의욕을 만들어내는 '선 행동 후 동기부여'를 강조한다.

이 밖에도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미니 브레이크(일상 속 작은 휴식)', 하루를 마무리하는 '엔딩 감성' 의식적으로 조정하기,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필수아미노산과 트립토판이 함유된 음식 섭취하기 등 일상 속 다양한 실천법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 무기력과 번아웃으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잘 돌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라본다. 268쪽, 1만8천500원.

'무기력 디톡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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