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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속 쿠팡이츠, 1000원 수수료로 배달기사비 4000원 감당 가능할까?

쿠팡이츠 로고.
쿠팡이츠 로고.

배달업계 2위 쿠팡이츠가 배달앱 상생협의체에 중개수수료를 5%로 낮추는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츠가 상생협의체에 "최소한의 비즈니스 운영의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기사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추면 2019년 출범 이후 가중된 적자폭이 2배로 치솟을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배달기사비는 100% 배달기사 수입인 반면,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 수입이 전부인 상황에서 한해 영업이익이 7000억원에 이르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잣대에서 비교가 가능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 "수수료 낮아져도 배달비 내기 어렵다"…수수료 절반 낮춰도 '딜레마'

24일 주요 정부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전날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8차 회의에서 5%의 중개수수료를 제시했다. 기존 수수료율 9.8%을 절반으로 깎아, 모든 입점업체에게 동등하게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협의체측에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단체와 배달라이더 단체가 협의한 금액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배달기사 지급비를 업주가 내면, 쿠팡이츠가 이를 전액 배달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쿠팡이츠는 "배달기사 지급비는 쿠팡이츠가 단 1원도 가져가지 않고 전액 배달기사에 전액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했다. 이 지급비용을 입점단체와 배달라이더 단체가 협의한 금액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회의 후 일각에서 제기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올린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날 입점단체들은 "사실상 배달비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쿠팡이츠는 왜 이런 방안을 제시했을까. 그동안 쿠팡이츠는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기사 지급비용(2900원)에 9.8%의 수수료 수입에서 남은 배달비 차액을 합쳐 배달기사들에게 전액 지급했다. 배달기사 지급비용은 지방 3000~3500원, 수도권은 4000~45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면 쿠팡이츠 곳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2만원짜리 치킨을 소비자가 주문할 경우, 수수료는 건당 1960원에서 1000원으로 급감한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배민처럼 '오픈리스트' 같은 광고연계형 상품도 운영하지 않아 광고수입도 미미해 수수료가 대부분의 수입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회의에서 자영업자 단체들은 "(수수료율을) 5% 내려줄 테니 배달비를 가게가 다 내라는 것이냐"라고 반발했다. 반대로 만약 수수료율을 5%로 낮추고 배달기사비 4000원을 다 쿠팡이츠에서 지급할 경우, 2만원치 치킨 주문으로 수수료 1000원을 받아 배달비를 전액 내주면서 3000원 역마진이 난다. 한 치킨집에서 2만원 치킨 50건을 하루 주문받으면, 가게당 15만원씩 손실이 난다는 것이다. 종전대로 업주 배달비(2900원)를 합쳐 배달기사비용을 지급한다 해도 실제 수수료 수입은 1000원에 그쳐 손실이 나는 건 마찬가지다. 배달기사 비용 외에도 수수료 수입으로 고객응대는 물론 영업과 마케팅, 앱 운영 비용과 인건비 등 사업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배달기사에게 지급할 배달비를 일률적으로 낮추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지역과 기사수급상황, 배달거리 등에 따라 배달비가 들쭉날쭉한 첨예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또 무료배달이 보편화된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받기 어렵다.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1000원을 받아 배달기사 비용까지 모두 지원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상당 부분 부담한 배달기사 배달비용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수수료 인하 방안에…적자 2배로 가중될까

쿠팡이츠는 상생협의체와 입점단체 등에 지속적으로 사업이 오랜 기간 적자 상태임을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계에선 수수료율을 5%로 내리고 배달비도 배달앱이 모두 부담할 경우 서비스 시작 후 5년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쿠팡이츠의 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쿠팡이츠·대만·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신사업 부문(developing offerings)의 연간 조정 에비타 적자(상각전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6083억원(4억6600만달러)으로, 전년도의 2억2500만달러와 비교해 2배 늘었다. 올 1분기에도 신사업 조정 에티바 적자는 1분기 1억8600만달러, 2분기 2740억원(2억달러)으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쿠팡이츠 와우 회원 10% 할인에 이은 무료배달 등 서비스 확대로 인한 적자가 신사업 분야 적자에서 큰 폭으로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며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면 적자폭도 2배에 이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쿠팡 전체 사업을 봐도 올 들어 1분기엔 순이익 적자, 2분기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차등 수수료(2~9.8%)를 제시한 배민은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4000억원 이상을 해외 본사에 배당했다. 하지만 배달앱의 수입 측면에서 쿠팡이츠가 배민에 비해 불리하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위 60%는 9.8%를 적용할 방침이라는 점에서 각 사의 상생안을 도입하면 수수료 수입 측면에서 배민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민측은 지난 2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자영업자들이 제시한 5% 수수료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달산업에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상생협의체에서 여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배달앱들은 최대 30~35%의 중개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3사의 경영 상황이 확연히 다르고, 요기요 역시 적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는 업체와 만성적자를 낸 기업의 경영 수준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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