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김건희 여사 논란 해법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김건희 여사가 '국민 밉상'이 됐다. 많은 국민들이 '김 여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구체적 혐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론전(輿論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민주당 승리에 일조(一助)했다고 본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 여사 논란은 이제 사과로 해소될 단계가 지났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과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당초 사과한다고 야당이 공세(攻勢)를 멈출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전망이 뻔함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야당의 공세에 대응은커녕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더니 여론이 더 나빠지자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법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신들이 여론전을 등한시(等閑視)해 놓고,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 중에 사법 영역에서 '혐의'로 인정될 만한 것은 없다. 먼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아직 '설(說)'에 불과하고, 특정된 혐의가 없다. 디올 백 논란은 김 여사가 '함정'에 빠진 것으로, 검찰수사심의위까지 거쳐 불기소로 결정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1년 6개월 이상 탈탈 털고도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뭐라도 꼬투리를 잡았다면 진작 기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계속 특검법을 발의한다. '수사'가 아니라 '정쟁(政爭)'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김 여사 논란은 정쟁을 위한 공세인 만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한들,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중단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인사들이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일체의 요구나 쓴소리를 중단하고, 야당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야당과 맞짱 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열광했던 우파 보수층이 지금 심드렁한 것은 한 대표가 엉뚱한 사람, 엉뚱한 문제와 싸우기 때문이다. 싸워야 할 대상과 싸워야 할 시점(時點)에 싸우지 못하면 전투에서 이겨도 상(賞)을 받지 못한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 지지율이 낮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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