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층 '보수 진영 정치자산 갉아먹는 윤·한갈등 당장 멈추라'

두 사람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 만든 대구경북 시도민 실망감 감추지 못해
타협 대신 대결 선택해 파국 맞을 경우 대구경북 시도민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깊어지자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보수진영의 곳간을 갉아먹는 집권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당장 멈추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거대 야당의 위헌적 입법폭주를 저지하기 위해선 여권이 하나로 뭉쳐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현실은 집권당이 둘로 쪼개져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K 시도민들은 힘을 합쳐 나라가 잘 되도록 하라고 지지한 두 사람의 끊이지 않는 반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낮은 국정지지율을 보이는 현직 대통령의 마지막 버팀목이자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의 기댈 곳인 TK마저 등을 돌리기 전에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훈수가 나온다.

지난 21일 회동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여당 대표로서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른바 '친한계'는 공개적으로 세력화에 나서며 일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친윤계' 역시 한 대표에 대한 견제와 함께 세 대결에 대비한 전열 정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한 회동'에서 화해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했고 이후 양측이 보이고 있는 모습을 고려하면 시간의 문제일 뿐 정면충돌은 기정사실"이라며 "당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친이친박' 계파싸움으로 국민의 눈 밖에 났다가 이제 겨우 정권교체로 당이 제 모습을 찾아가려는 시점에 다시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과 '한동훈 대표 만들기'를 주도한 TK 시도민들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에서부터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찰떡궁합으로 보수재건과 국정개혁을 완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지지를 몰아줬었는데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국민의힘 당원은 "정권교체의 염원을 실현해 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해 대통령선거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윤 대통령이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힘까지 실어준 한 대표를 여당의 당수로 밀어 올렸는데 결과는 이게 뭐냐"며 "두 사람이 마주보며 칼을 겨누는 현 상황은 두 사람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TK 시도민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실망감에 TK마저 대안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TK는 지지후보에 대한 성원도 뜨겁지만 한 번 돌아서면 다시 마음을 되돌리기가 무척 힘든 지역"이라며 "이른바 '윤·한 갈등'이 보수진영의 정치적 자산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가장 먼저 회초리를 들 곳도 TK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공멸을 피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대결이 아니라 타협으로 서둘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지금은 중도층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식어가고 있는 '집토끼'(지지층)부터 보듬으면서 여권이 최소한의 국정운영동력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두 사람이 고민하고 함께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는 당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