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포옹하는 시간을 제한한다면

뉴질랜드 공항에 설치된 사인물. 포옹하는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뉴질랜드 공항에 설치된 사인물. 포옹하는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고 공부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엥? 광고를 공부하는 데 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냐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 나의 광고 속에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유머, 인간관계 심지어 그 나라의 수준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 뉴질랜드 공항에 게재된 광고를 보자.

'포옹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분입니다.

더 깊은 작별을 하신다면 주차장으로 가세요.'

아마도 차들의 밀리는 현상 때문에 공항은 포옹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것 같다.

이 광고가 알려지자 뉴질랜드의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처사다'라며 크게 비판했다. 이것이 바로 문화다. 포옹과 스킨십을 즐기는 뉴질랜드의 문화인 것이다.

​포옹하는 것에 매우 엄격한 한국인인 나는 오히려 이것을 한국에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3분 이상 포옹 금지!

- 인천국제공항'

​만약, 이런 광고판이 붙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정말 포옹을 하지 않는 한국인이지만 반대 심리가 작용할 것이다.

​평소에 포옹과는 먼 사람도 공항에서 저렇게 제한하면 2분 59초까지는 포옹을 할 것 같다. 그러니 광고는 참 어렵고 예민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또 광고 카피 하나 차이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고민하고 유추해야 한다.

​결국 광고는 지독하게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영역이다. 당신은 언젠가 이민을 갈 수도 유학을 떠날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듯 평생 살아온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살게 된다면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

​나는 장담한다. 그 나라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은 그 나라의 광고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 속에 그 나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모두 들어 있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갈 때마다 나는 그 도시의 광고판부터 본다. 광고판 속에 광고만이 아니다. 간판의 디자인이나 건물의 모습, 시장의 대문 이 모든 것들이 그 도시를 설명해 주는 광고가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수준이 보인다.

​뉴욕을 왜 전 세계 최고의 상업 도시라 부르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광고는 재미있다. 어렵고 힘들 때도 많지만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공부하는 영역이라 늘 새롭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지구촌 어딘가의 나라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 일이 벌어져 있다.

​뉴질랜드 공항의 이 정책 사인물이 내게는 그랬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비판한 정책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것을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다.

​광고는 만국 공통어인 것과 동시에 오직 그 나라만의 언어이기도 하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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