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자부심인 도시' 대구의 가을이 오랜만에 여름처럼 뜨거웠다. 삼성 라이온즈가 선전을 거듭, 3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나선 덕분이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올라 오랜 라이벌이자 이번 시즌 최강인 KIA 타이거즈와 맞붙었다. 비록 마지막에 고배를 마셨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 성공 요인과 다음 시즌 과제까지 두 편으로 나눠 살펴봤다.

(상)'사자 군단의 포효' 재기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전통의 명가 삼성 라이온즈가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약점인 불펜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훈련 강도를 높이는 등 전력을 강화하는 데 매달린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
◆2015년 후 명가, 추락하다
삼성은 KBO 역사에서 가장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던 팀. 우승 횟수는 KIA 타이거즈(해태 시절 포함)가 11회로 가장 많지만 가을 야구에 진출한 건 작년까지 22회로 삼성(30회)에 못 미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4연패 위업을 이루며 '왕조'를 세웠다는 말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세대 교체에도 실패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빛나는 명성답지 않게 하위권을 전전했다. 2021년 정규 시즌 2위에 올라 가을 야구에 나섰으나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해 한국시리즈에 다시 서지 못했다.

◆안정된 선발진, 부활 신호탄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선발 투수진이 안정돼야 한다. 6개월에 걸친 장기 레이스에서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데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가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선발진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 원태인은 8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다.
여기다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 데니 레예스가 우려를 딛고 순항했다. 이들은 11승씩 거두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선발 전환 1년 차인 신예 좌완 이승현, 베테랑 좌완 백정현은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긴 했으나 17경기씩 던지며 뒤를 받쳤다. 삼성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왔다.

◆하나로 뭉친 베테랑과 신예들
쉬운 거라면 '세대 교체'란 말이 끊임없이 회자되지도 않을 것이다. 유망주를 투입해 성장할 기회를 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긴 힘들다. 삼성이 그걸 해냈다. 특히 야수 쪽 '신구 조화'가 인상적이다. 주장 구자욱은 선·후배 간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낸 데다 뛰어난 타격 실력(타율 0.343, 115타점, 33홈런)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베테랑 강민호는 든든한 '맏형' 노릇을 했다. 격의 없고 밝은 모습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부드럽고 밝게 만들었다. 시즌 중 합류한 박병호는 홈런포로 힘을 보탰다. 신예들도 빛을 발했다. 21살 동기인 김영웅(3루수)과 이재현(유격수), 2루수에서 중견수로 보직을 바꾼 김지찬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부진했던 김헌곤, 이성규 등 중견도 부활했다.

◆불펜 강화, 홈 팬들의 열정
지난 시즌 삼성은 뒷문이 헐거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겨우내 이적 시장에서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김재윤과 임창민 등을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베테랑 오승환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았으나 이들이 있어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었다. 후반기엔 최지광이 불펜 필승조 역할을 잘 해내며 삼성이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삼성의 상승세에 탄력을 붙였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 이후 올해 최초로 한 시즌 관중 1천만명 고지를 넘어섰는데 대구도 야구 열기가 뜨거웠다. 2만4천석 규모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이번 시즌 30회나 매진을 기록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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