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핼러윈 분위기 물씬… 참사 2주기 앞두고 바짝 긴장한 관계당국

25일 동성로, 자정 다다르자 인파 몰리기 시작
코스튬·장식품으로 핼러윈 분위기 연출
CCTV·현장 인력 배치로 인파 관리… 다행히 큰 사고 없어

25일 오후 11시 50분쯤 동성로 클럽골목의 모습. 골목 안쪽이 붐비면서, 시민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정두나 기자
25일 오후 11시 50분쯤 동성로 클럽골목의 모습. 골목 안쪽이 붐비면서, 시민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정두나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가 오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로 떠들썩했다. 159명이 숨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영향으로 비교적 차분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관계당국도 이날 인파를 관리하기 위해 모두 16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25일 오후 9시쯤 동성로 클럽골목 일대는 핼러윈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곳곳에 호박과 거미줄 장식품이 걸려 있고, 술집 직원들은 특수 분장을 한 채 호객하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은 가게에 걸린 장식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핼러윈을 즐겼다. 2년 연속 핼러윈을 기념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관련 소품을 보기 어려운 데다가 사람도 적었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친구와 함께 동성로 클럽골목을 찾은 A(19) 씨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장식품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놀랐다. 핼러윈이 코앞에 다가왔는지 몰랐는데, 동성로에 오니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이곳 상권도 이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이지혜(21) 씨는 "손이 모자랄 것 같아 오늘만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하러 나왔다"며 "대학교의 중간고사가 끝난 데다가, 핼러윈까지 겹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소방관들은 꼼꼼한 감시를 이어갔다. 정두나 기자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소방관들은 꼼꼼한 감시를 이어갔다. 정두나 기자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는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경찰과 소방, 대구시 및 중구청 직원들이 배치됐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핼러윈 당일인 31일까지 매일 160여명이 동성로에 투입돼 인파 관리에 나선다. 경찰은 오후 8시부터 사고 위험이 큰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 동성로 일대를 미리 살피고, 소방 인력은 건물 2층에 올라가 폭이 2m에 불과한 골목 구석구석까지 살폈다.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CCTV도 가동됐다. ㎡당 4명 이상의 인파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알림이 울리는 식으로 작동한다. 이날 비상근무에 나선 대구시 관계자는 "CCTV에 알림이 울리지 않더라도 맨눈으로 봤을 때 혼잡해지면 확성기를 통해 대피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정에 가까워지자 동성로 일대는 본격적으로 붐비기 시작했지만 혼잡 신고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이 오후 10시부터 차량 통행을 통제하면서 차량으로 인해 골목이 삽시간에 좁아지는 일도 없었다.

시민들도 평소와 다른 현장 분위기를 감지할 정도였다. 동성로 클럽골목을 자주 방문한다는 정모(21) 씨는 "평소에도 자정이 넘어가면 골목이 붐비는 탓에 사고가 발생할까 걱정했는데, 오늘은 걱정을 덜었다"며 "경찰이 있으면 대부분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도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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