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이 드는 산업 현장…60세 이상 계속 고용 활성화 대안으로 부상

"고령 근로자 계속 고용, 현장직 인력난 해소 도움"
대구 기업, 60세 이상 고용 80%…숙련공의 풍부한 경험 운영 도움
市, 공무직 정년 65세 연장 주목

22일 대구 북구 3공단 내 한 금속가공 부품업체에서 고령의 작업자가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2일 대구 북구 3공단 내 한 금속가공 부품업체에서 고령의 작업자가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5일 오전 대구 북구 고성동 한 봉제공장. 70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5일 오전 대구 북구 고성동 한 봉제공장. 70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산업 현장 인력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7일 동북지방통계청 고용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대구의 60세 이상 근로자 수는 2021년 기준 28만8천명에서 올 3분기 36만명으로 증가했다. 대구지역 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구의 근로자 10명 중 3명은 현재 법정 정년이거나 이를 초과한 셈이다.

한국의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중은 올 2분기 22.4%로 같은 기간 일본(22.1%)을 뛰어 넘었다. 경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희망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인력난을 겪는 산업계에서는 고령층 계속 고용을 위한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이 드는 산업 현장

지난 25일 대구 북구 고성동 한 봉제공장. 대낮임에도 내부는 어두웠다. 희미한 조명 아래 어르신 네댓명이 재봉틀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4년 전만 해도 20명 이상 근무하던 공장에는 이제 60대 이상 근로자 몇몇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최석호 미노패션 대표는 "일을 배우는 사람이 더는 없어 명맥이 끊길 위기"라며 "예년 같으면 밀려드는 물량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겠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 숙련공 모두 60~70대로 한 달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업장에 나오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섬유 산업이 호황기였던 1980년대 대구에 정착해 4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지역 봉제 업계의 마지막 기술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크다. 그는 "젊은층의 유입이 끊긴 지 오래됐고 채용을 해도 금방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이가 많아도 현장을 지키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같은 날 대구 제3산업단지 내 금속가공 A업체. 금속 표면 후처리 공정을 맡은 기술자 가운데 60대 근로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A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은 나이가 많아도 그만큼 숙련도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역할이 크다. 중량물을 옮기는 등 위험한 작업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건설 업체 B사 관계자 역시 "현장 소장, 작업 반장 등 건설 현장을 지휘하는 인력은 대부분 60세 이상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최근 건설 현장 인력 역시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어 경험이 풍부한 감독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이미 대구지역 내 기업 상당수는 60세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 현황 및 인식 조사' 보고서를 보면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79.7%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정년 퇴직 후 재고용한 기업도 절반 이상인 52.6%로 집계됐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현장직에 대한 청년층 기피와 수도권 유출, 저출생·고령화 가속화로 60세 이상 근로자의 계속 고용은 안정적인 인력 운영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불붙은 정년연장 논의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처음으로 50대 취업자를 추월해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도 사상 최고로 정년 연장 등 계속 고용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만2천명 증가한 674만9천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행정안전부가 소속기관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면서 관련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행안부의 결정은 다른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부문으로 관련 조치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이달 22일 대구시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연장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는 "단순히 퇴직 연령을 늦추는 것이 아닌, 고령화 및 국민연금 개시 연령에 따른 소득 공백을 최소화를 위한 것"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지난 24일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우리 사회 발전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정년 연장에 대해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계에서는 연금개혁 및 임금체계 개편, 채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임금체계 개편의 경우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사안이고 업종, 규모 등 개별 기업에 따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또 현재 청년층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사회진출 시기 지연 등과 무관치 않은 문제로 인식된다"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 연령대별 취업자 수 및 비중

연령(단위: 세) / 취업자 수(단위: 명, %)

15~19세 / 5천명(0.4%)
20~29세 / 12만8천명(10.5%)
30~39세 / 21만4천명(17.6%)
40~49세 / 26만7천명(21.9%)
50~59세 / 31만7천명(26%)
60세 이상 / 36만명(29.6%)

자료: 동북지방통계청, 2024년 9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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