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툭하면 연착인데…코레일 정시율 99.46%?

99.46% VS 88.92%…'고무줄' 같은 코레일 정시율
코레일,내부 지침보다 느슨한 기준 홍보…국감선 "5대 중 1대꼴 연착" 지적
제각각 기준 탓 혼란…통일 필요

경부선 KTX 열차의 선로 이탈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내린 울산행 승객들이 코레일 측이 투입한 관광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X캡처
경부선 KTX 열차의 선로 이탈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내린 울산행 승객들이 코레일 측이 투입한 관광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X캡처

"정시운행률 99.46% (UIC기준)"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브로슈어에 적힌 정시율 관련 홍보 문구다. 이렇듯 코레일은 매년 세계 최고의 정시성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지연이 잦아 일정이 꼬일 때가 잦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승객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36·회사원·세종) 씨는 "업무로 매주 꼭 한 번은 서울을 오간다.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KTX 이용을 집계해본 적 있는데 57회 중 21번이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었다"면서 "2~3번 중 한 번은 기차가 지연됐는데 어떻게 100%에 가까운 정시율이 나올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B(41·회사원·경기) 씨도 "24일 오송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지연시간이 계속 늘어나 마음이 불안했었다. 지난해 동대구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려는데 지연시간이 점점 늘어나 40분이 넘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는 다행히 7분 지연됐지만,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면 가는 내내 마음 졸였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매모호한 열차 지연 기준이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다며 정부와 철도 운영기관 간 협의를 통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일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정시율을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최근 한정된 선로용량과 시설물 개선으로 인한 서행운전 등으로 고객서비스헌장 기준 정시율이 하락했다. 열차운행 시간을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운행장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그간의 홍보가 무색한 약속을 한 것은 이날 '코레일이 자랑하는 정시성이 과장된 수치'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코레일의 고속열차(KTX)와 일반열차를 합한 정시율은 고객서비스 헌장 기준 88.92%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고속열차인 KTX 정시율은 2022년 82.33%에서 지난해 79.11%까지 하락했다. KTX 5대 중 1대꼴로 예정 시간보다 지연 도착한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진 것은 정시 도착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어서다. 코레일이 정시성을 홍보할 때는 16분 이상 지연되지 않으면 정시 도착으로 보는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자체 헌장에는 고속열차는 5분, 일반 열차는 10분 이상 늦지 않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에 지연 열차를 보고할 때는 '철도사고 등의 보고에 관한 지침'에 따라 고속열차는 10분 이상, 일반열차는 20분 이상 늦어진 경우만 알린다. 심지어 지연에 따른 고객 보상 기준은 UIC 기준보다도 느슨한 지연 20분 이상부터다.

이에 대해 김양수 송원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 교수는 "정시율은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내부적으로 관리하고, 정시운행 목표치도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 등등 기관마다 달라 통일성이 필요하다"면서 "이용객이 늘고 열차 종류도 다양해지는 만큼 기관별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토부와 코레일이 협의해 승객에게 정시율에 대해서 어떻게 정확하게 공표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전 동양대 초빙교수는 "정시운행 룰은 열차 운행 계획으로 정해지는데 계획을 느슨하게 짜면 열차를 더 많이 구매하고 직원도 더 많이 고용해야 하는 등 코레일 지출이 커진다"면서 "과거보다 월등히 늘어난 승객수만큼 운영기관의 대처가 미비해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안전은 기본이고 그것 때문에 정시운전이 뒷전에 밀려서는 안 되고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