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지 않는 그대에게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상황에 따라 상호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의미하는 에티켓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신뢰와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티켓은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 방식인 매너와 차이를 보인다. 공공의 질서가 필요한 장소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든 환경에서 에티켓이 요구된다. 공연 관람처럼 시공간을 공유하는 집단적 행위에 필요한 에티켓은 서로의 권리 보호와 온전한 향유의 경험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에티켓은 정해진 행동을 명확하게 지시하거나 금지하는 구체적인 지침인 규칙보다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암묵적인 기준인 규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사회적 비판이나 상황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 강제력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규범을 지키지 않은 개인으로 인해 공동체의 피해가 발생될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어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에티켓이 준수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실로 다양하지만 무료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예약 자체를 부도내고 다른 이들의 관람 기회마저 박탈하는 노쇼(no-show)는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이다.

현장에서는 노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준비된 좌석이 모두 예약되면 대기자 예약을 함께 받아 수시로 발생되는 예약 취소 사태에 대비하기도 하고 공연 당일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예약자들의 좌석을 현장 대기자들에게 배정하는 등 어떻게든 많은 이들에게 관람의 혜택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공연 예약 시 노쇼 규정과 페널티 적용에 대한 확인과 동의를 함께 받고 있으며 예약자 본인이 직접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하도록 하고 공연일이 다가올수록 사전에 예약 취소 및 변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음에도 노쇼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노쇼로 분류된 기존 예약자들뿐 아니라 대기자들 중 상당수는 막상 관련 규정에 따라 공연 관람을 하지 못하게 되면 해당 내용을 몰랐다고 생떼를 쓰거나 개인적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규정 자체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항의하거나 관계자와의 인맥을 언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이러한 민원이 공통되게 요구했던 해결방식은 자신들에게만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공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규정대로 처리했음에도 계속되는 민원에 대응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는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노쇼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 사회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노쇼는 공연을 준비하고 개최한 모든 이들, 그리고 공연의 관람 기회를 박탈당한 모두의 피해로 직결된다. 관람 비용이 없다고 해서 예약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신뢰를 잃거나 관계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쇼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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