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길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죠."

당 대표의 위상과 권한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느닷없이 꺼냈다. '내 권한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용산 회동에서 꺼냈다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꺼려 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데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한 대표의 '김건희 정국' 돌파 방식은 미숙하고 정치 초보답다. 국정 운영을 이끄는 대통령을 든든하게 받쳐 주는 집권여당 대표다운 무게감·안정감과 더불어 야당의 막무가내 정치 공세에 맞서는 강한 전투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원내대표와 권한 다툼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 대표 탓이다.

한 대표가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받던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자 '국민 눈높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검찰에 '기소'를 간접 요구한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하려면 진작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강제회부라는 직권을 발휘하듯 법무장관시절 '수사지휘권'을 동원해서라도 이 사건에 직접 개입, 수사를 지휘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탄핵하고 재판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서 수사와 재판에 개입하는 일도 비난할 수가 없게 된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맞서 '이재명·조국 심판' 투사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던 한 대표의 전투력은 당 대표가 되는 순간 사라졌다. 오는 11월 15일과 25일로 다가오는 공직선거법 1심 선고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고자 탄핵 등 정치 공세를 펼치는 야당의 전략에 치밀하게 대응하는 대신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쌓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여당 대표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방기했다.

한 대표는 이 시점에서 왜 정치를 하는지 곰곰이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당 대표에 당선되자 "당정 관계를 화합시키고 시너지를 내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용산에 밝혔다"고 한 이후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당정 관계가 왜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지 복기해보라. 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3차 발의와 폐기 과정을 거친 뒤 '김건희 특검법'을 세 차례 발의, 김 여사 악마화에 '올인'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의 빌미로 삼겠다는 전략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 실시 외에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면서 차기 대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해병대원 특검만 실시하면 윤 대통령 탄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가의 보도'처럼 해병대원 특검을 밀어붙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해병대원 특검을 포기한 것에 주목하라.

안타깝게도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 실종된 예천주민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순직한 해병대원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는 집요했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해병대원 특검법이 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 국회 재의결 및 부결 수순으로 폐기되자 민주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더 독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똑같은 절차로 3차례나 폐기 절차를 밟았다.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빌미는 이제 악마화한 김건희 여사로 집중되고 있다. 김 여사를 '국민 밉상'으로 만드는 민주당의 전략은 성공했지만 그녀를 탄핵의 제물로 삼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여권 수뇌부를 흔드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한 대표의 김건희 특검법 대응 전략이 미숙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이 대표는 용산에 가는 한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하면서 속 보이는 '이간계'까지 구사했다.

여야 대표가 만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 시점에서 정치 초보 한 대표가 능수능란한 이 대표의 간계에 넘어가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진다. 차라리 한 대표는 11개 혐의로 기소돼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사건 1심 선고에서 유죄가 나올시 정계 은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수사검사로서 이름을 날린 한 대표다운 처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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